최근 한국사회에서 가장 크게 유행하는 단어가 ‘기레기’다.
‘기자+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는 가짜뉴스를 써대거나, 가짜까지는 아니더라도 은폐된 진실을 외면한 채 겉핥기만 하면서, 사실보도라 우기는 기자와 언론인을 통칭한다. 요즘은 거기에 더해 관계기관에서 흘려주는 정보를 앵무새처럼 ‘받아쓰기’만 하는 카피캣 언론까지 포함한다.
인터넷 산업 발전과 함께 전통적 개념의 언론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종이 없는 신문이 생겨나는가 하면, 전파를 쏘지 않는 방송도 태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온라인 전성시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통언론조차 온라인시장에 뛰어드는 역전현상이 벌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던 지상파 관계자들이 온라인 미디어에 출연해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희귀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언론사들이 1인 미디어에 시청률과 인지도가 맥없이 밀리는 놀라운 사건 일어나고 있다. 예전 언론계 선배들이 본다면 완벽하게 주객이 전도된, 경천동지할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요즘 온라인미디어들이 시청자들에게 빼먹지 않고 호소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구독’과 ‘좋아요’다. 인터넷매체 특성상 대부분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구독자가 많아져야 광고가 많이 붙고,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독자가 최상위권인 1인 미디어는 대형언론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거액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존 언론이 자기 영역을 떠나 유튜브에 더 공을 들이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과열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는 법. 온라인미디어가 ‘구독’과 ‘좋아요’에 사활을 걸다 보니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과당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 다른 매체의 뉴스에 살을 붙여 마치 자신의 단독보도인 양 세탁하는 건 기본이고, 멀쩡한 사람을 죽이거나,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붙이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때론 매체들 간에 이전투구를 벌이기도 한다.
최근 모 언론사에서 만든 ‘아파트관리비 검색기’란 인터넷사이트가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기사 1면>
이름마저 “나는…관리비 호갱이었다”며 비속어를 간판에 써 붙인 이 사이트는 한눈에 봐도 온라인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아 조회수를 극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 아파트를 검색하면 관리비 수준을 단번에 보여준다. 관리비가 싸면 “착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당신은 행운아~”라 하고, 비싼 곳으로 올라가면 “아파트를 모시고 사시네요 ㅠ.ㅠ 관리비 꼼꼼히 보셔야겠는데요!”라며 입주민을 긍휼히 여긴다. 가장 비싼 수준의 아파트에 대해선 “오마이갓! 관리비만큼은 만수르급 ㅠ.ㅠ”이라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모든 걸 돈으로 치환하는 천민자본주의 근성이 엿보인다. 대한민국 정통 언론의 수준이 어쩌다 이렇게 땅바닥까지 곤두박질쳤을까?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명품아파트에서 첨단시설을 누리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주민에게 ‘아파트를 모시고 산다’고? 물론 아끼는 물건일수록 모시고 사는 건 당연하다. 우리 속담에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황당한 인터넷사이트의 비아냥은 대범하게 웃어 넘기고, 입주민과 관리직원이 함께 합심해 아파트를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가꿔나가면 정말 최고의 아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라딘 램프의 ‘지니’가 나타나지 않은 이상, 명품엔 돈이 많이 든다. 그것을 다듬고 가꾸는 관리직원에 대한 처우도 올려줘야 진짜 ‘착한’아파트다.
그런데 언론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 검색기의 자료가 공인기관인 한국감정원에서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으로부터 나왔다는 데 있다. 이것이 왜 심각한지에 대해선 본지가 이미 수차례 보도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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