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분양가상한제는 오래전 시행된 경험이 있다. 1989년 처음 ‘분양가원가연동제’란 이름으로 공공택지에 적용 시행했다. 외환위기(1997년) 이후 주택시장 경기가 침체되면서 1999년 분양가를 전면 자율화했으며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은 아파트만 예외였다. 그러나 2005년 공공택지에 이어 2007년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택지로 상한제를 확대 시행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에 땅값과 건축비를 더해 일정 금액 이하로 분양가격을 제한하는 제도다. 주변 시세나 최근 분양가와 비교하게 했던 기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통한 가격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로 꼽힌다. 
현재 서울 전역과 세종, 과천, 광명, 하남,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 정부는 앞으로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을 선별할 계획이다. 거래와 가격 변화와 같은 시장 상황을 분석해 시·군·구 단위로 적용 지역을 지정할 것이라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는 세계 어느 국가에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독특한 시장규제정책의 일환이며 이 제도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분양가상한제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렇다. 첫째, 이 제도가 시행되면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100%를 넘지 못한다. 정부의 규제수단을 통해 시장가격 이하로 아파트를 공급하게 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가장 빠른 시간 내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둘째, 분양가상한제는 내 집을 갖지 못한 세입자들에게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게 된다. 이는 곧 정치적으로 매우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집 없는 사람들에게 주는 사회심리적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가격을 억제함과 동시에 주택으로 인한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해당 지역 전체 집값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새 아파트가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됨에 따라 고가의 기존 아파트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현상이 확산 지속된다면 아파트 가격은 일정수준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에 분양가상한제를 반대하거나 이 제도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쪽의 주장을 알아보자. 첫째,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분양가를 낮추면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위축된다. 왜냐하면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해 온 낡은 아파트 단지, 저층 다가구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의 주민이나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의 새 아파트 공급은 재개발·재건축을 제외하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도심지에 새 아파트를 건축할 만한 충분한 택지개발이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둘째, 재개발· 재건축이 위축될 경우 해당 지역 아파트 공급이 제한돼 기존 아파트의 수요가 증대되고 아파트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할 우려가 있다. 셋째,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투기수요를 촉발할 우려가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당첨자에게 엄청난 프리미엄을 기대하게 되고 탈법,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아파트를 분양받고자 한다. 넷째, 분양가상한제하에서는 민간주택업자들은 주택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해 양질의 건축재료 사용을 기피할 수 있으며 결국 주택의 질적 수준이 저하되거나 주택개발의 투자는 약화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의 주택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예고를 하고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값은 요지부동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확대 예고 후 이른바 ‘로또 분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청약통장 가입자가 급증했다고 한다. 
서울시내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알려진 곳이 바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 사업장이다. 만일 이들 단지도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될 경우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곳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 전반적인 경제의 침체 혹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요즘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부는 매우 중요한 정책결정 대상이다. 주택공급 및 수요의 장단기 로드맵에 기초한 정부의 신중하고 합리적 결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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