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박희준 
부산시 수영구 현대아파트

오늘은 우리 아파트 경비원 K씨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내가 K씨와 인연을 맺은 지도 4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지금은 친구처럼 막역한 사이가 됐다.  이제는 서로 만나면 ‘K형’, ‘박사장’이라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가끔 저녁식사 후에 함께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이런 사이가 된 계기는 K씨가 우리 동으로 배치된 이후 시멘트 바닥처럼 굳어 잡초와 담배꽁초들이 뒹굴던 어린이놀이터 모래바닥을 마치 양탄자를 펼친 것 같은 공간으로 변모시킨 일 때문이었다. 무려 면적이 100여 평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사실 아파트 경비란 공장이나 회사 사무실의 경비와 달리 재활용품 수거, 우편 택배물 수령, 청소 등 입주민들 생활밀착형 일들을 많이 한다. 더욱이 우리 아파트는 재건축 대상으로 단지 내 벚나무 등 노목들이 많아 수시로 낙엽이 떨어지며 지상주차로 인해 마당이 주차장인지라 100여 대가 되는 주차관리는 주요 일과다. 아울러 노인 가구들의 무거운 물건 운반 등은 경비원들의 손길이  더없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한편 K씨는 키 작고 마른 체형이라 왜소하게 보이지만 비가 올 때 아니면, 해가 떠 있는 동안은 경비실에 한가하게 앉아있는 경우가 드물다. 틈만 나면 마당을 쓸거나 화단정리 등 하루 내내 바쁘다. 이렇게 능동적으로 일하다 보니 다른 경비원들 빈정거리기도 하지만, 그런 말들은 귓등으로 듣는 듯하다.  
덧붙여 K씨는 붙임성이 좋아 입주민들과 격없이 지내고, 집에서는 수년 전부터 아픈 부인을 간병해온 터라, 노인성 질병인 치매, 당뇨 등에 대한 민간요법도 일가견이 있다. 
그렇다, 아파트 경비원이란 입주민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간 간극을 메우며 소통을 이어주는 모세혈관과 같은 역할임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K씨라는 생각이다. 이 글을 쓰면서 마음 한편이 아린 것은, 무엇보다 경비실이 협소해 냉난방 시설이 없음은 물론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늘도 K씨는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심연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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