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안양지원, ‘재물손괴죄 아니다’

 

검사 측 항소 제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형사3단독(판사 장서진)은 최근 재물손괴죄로 기소된 경기도 군포시 모 아파트 입주민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초 공소사실에 의하면 A씨는 지난 2018년 10월경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부착돼 있던 ‘관리규약에 의거 입주자대표회의 과반수 찬성으로 감사를 해임하기로 의결한다’는 취지의 입대의 결과 공고문을 떼어내 집으로 가져갔다. 그 뒤 빨간 펜으로 공고문 위에 ‘입주자대표와 각 동대표가 단합돼 장난질함, 동대표는 입주자가 뽑은 당연직으로 해임 불가→주민 동의 필요, 사건 원인 설명 없음→상대 의견을 같이 붙여서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함, 입주자대표 왕국이 돼가고 있는 실정임’이라고 기재한 후 다시 엘리베이터에 부착했다. 또한 파란색 볼펜으로 다시 공고문 위에 ‘업무정지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필요’라고 임의 기재함으로써 공고문을 해했다는 이유로 재물손괴죄로 기소됐다.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기에 앞서 법원은 “형법 제20조에 정해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고문의 내용과 게시 경위, A씨가 공고문에 의견을 부기하게 된 경위와 결과, 공고문의 내용과 관련된 사건의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A씨가 공고문을 일시적으로 떼어내 자신의 의견을 부기한 다음 부착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임시 입대의 개최 공고 안건에는 ‘감사업무 범위 및 관련 법령 위반에 대한 고소·고발 여부’만 있었을 뿐 ‘감사 해임 여부’는 공고하지 않았고, ‘이해당사자인 감사 1명은 임시회의에 참석할 수 없음’이라고 기재돼 있어 이를 확인한 입주민 입장에서는 ‘공고된 안건’과 ‘결의된 안건’ 사이의 차이, 해임대상자에게 회의 당시 충분한 소명 기회가 주어졌는지 여부에 관해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법원은 특히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입대의 감사는 관리업무 전반에 대해 관리주체의 업무를 감사하는 지위에 있고, A씨는 입주민으로서 공고문에 의문을 품고 자신의 의견을 부기했는데, 감사를 해임하는 결의의 중요성에 비춰 그 절차와 결과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석했다. 
또한 “A씨는 공고문을 떼어내어 집에 가지고 간 다음, 여백에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고 다시 부착했다”며 “그 시간이 약 40분 남짓으로 길지 않고, A씨가 공고문의 내용을 가리거나, 지우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아 입주민들이 공고문을 확인한 다음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데는 특별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고문에 대해 신속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다른 입주민들에게 결의의 문제점을 알릴 필요성도 존재한다”면서 “A씨가 당시 다른 방법으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검사 측이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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