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사 설 한국아파트신문사l승인2019.09.04 13:06:12l1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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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이다. 아직 한낮의 태양은 뜨겁게 작열하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한숨 돌릴 만하고, 아침저녁으론 선풍기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선선한 기온을 보이고 있다. 요즘 뙤약볕은 곡식을 살찌우고, 과일의 단맛을 진하게 만들어주는 하늘의 보약이다. 역시 자연은 정확하고 부지런하다.
고도의 산업사회로 발전한 지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따로 없지만, 농경사회에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을걷이에 나설 채비를 한다. 한여름의 폭염을 견뎌내며 무럭무럭 자라난 곡물들이 마지막 병충해를 입지 않도록 밤낮으로 보살피며, 풍성한 수확의 기대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농부의 까맣게 주름진 얼굴이 그려진다.
봄에 심은 벼가 새끼처럼 잉태한 이삭을 주렁주렁 매달고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고개를 떨구는 계절, 1년 중 가장 풍요롭고, 그만큼 바쁜 계절이다. 바쁜 만큼 짧아서 가뜩이나 아쉬운데다 환경변화 때문에 찰나가 돼버린 가을이 지나고 나면, 농촌은 또다시 새 생명이 태어날 봄을 기다리며 긴 동안거에 들어간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가을이 오면 농촌 못지않게 바쁜 곳이 있다. 대도시에도 있고, 어지간한 시골마을에도 들어앉은 공동주택들의 관리사무소다.
잔디보다 높게 자라난 잡초는 조경시설 뿐만 아니라 보도블록 사이사이에도 빼곡하게 들어차 이놈들을 제거하는 일이 꽤 만만치 않다. 관리직원과 경비원들이 돌아가며 예초기를 돌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뿌리까지 뽑아내다 보면 어느새 온몸이 땀에 젖고 뻐근해진다. 자칫 사전 스트레칭을 빼먹기라도 하면 허리, 어깨, 무릎, 발목, 손목에 염좌가 올 수 있고, 심하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특히 예초기를 돌리면서 덥고 땀난다고 보안경을 벗고 작업하다가 돌이 튀어 실명한 경우도 있으니 안전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이즈음부터 시작하게 되는 아파트의 대형공사로는 건물 도장공사가 첫손에 꼽힌다. 온도가 높은 여름엔 습도까지 높아 페인트 안착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영하의 겨울엔 재료들이 얼어버린다. 특히 밧줄에 생명을 걸고 수십미터 고공에 매달려 일하는 도장공은 너무 덥거나 추우면 작업이 어려우니 도장공사를 벌일 수 있는 기간은 1년 열두달 중 봄과 가을을 합해서 고작 4~5개월에 불과하다.
하지만 봄은 기상이 불규칙하고 미세먼지가 많아 비교적 온화하고 습도가 낮은 가을철이 도장공사에 제격이다. 그래서 이 두 세 달 짧은 기간에 아파트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러 대형건물들이 외벽 도장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아파트 도장공사의 경우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이상 걸려서 한 번씩 시행하게 되는 큰 공사지만, 이외에도 크고 작은 일들을 이때쯤 하게 된다. 지난 여름 폭염에 엘리베이터 로프 손상이 생기거나 제어장치에 에러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CCTV, 인터폰, 홈네트워크에 지장은 없는지, 급수펌프와 저수조 시설은 온전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지하 횡주관과 수직관 등 각종 배관에 막힌 곳은 없는지, 비바람에 쓸린 담장이나 펜스에 구멍이 나지 않았는지 등을 거의 매일같이 돌아가며 점검하고 살펴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다가올 겨울에도 대비해야 한다. 화재경보장치, 소화설비 등이 잘 준비돼 있고, 호스노즐이 도난당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염화칼슘 같은 제설장비 수량확보도 필수다.
이제 다음 주면 한가위. 잠시 바쁜 가을걷이를 내려놓고 한숨 돌리며 고향집과 어르신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황금보다 귀한 시간이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입주민과 관리종사자 모두에게 행복하고 안전한 명절이 되길 빈다.

한국아파트신문사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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