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칼럼 21 >>집건법과 공주법의 발전방향

일본 구분소유법상 ‘관리자’는 구분소유자 단체의 ‘대표자’
집합건물법상 ‘관리인’도 대표자 지위 반영해 ‘관리단장’ 등으로 개선해야

우리나라 집합건물법은 구분소유자들로 당연히 관리단이 구성되며 구분소유자가 10인 이상이면 관리인을 필수적으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관리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의 구분소유법(建物の区分所有等に関する法律)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집합건물법은 일본의 구분소유법을 참고해 제정됐기 때문이다. 
일본법의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우리 법의 ‘관리인’을 일본의 구분소유법에서는 ‘관리자(管理者)’라고 부른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20가구 정도의 빌라 입구에 조그만 관리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관리실에는 2명 정도가 교대로 근무하면서 청소도 하고 관리비도 수령하고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일들을 처리한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 전통적인 의미의 관리자(우리 법상의 관리인)에 해당한다. 
이러한 관리자는 원래 구분소유자 전원이 합의해 채용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동의해 결정을 내리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1962년 구분소유법을 입법하면서 만장일치가 아니라 구분소유자의 다수가 찬성하면 관리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관리자는 구분소유자들을 대리해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이었고, 일종의 집사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공동주택의 규모가 커지면서 구분소유자들의 모임을 하나의 단체로 보고 관리에 관한 법적 효과도 그러한 단체에 귀속시킬 필요성이 강하게 됐다. 그러한 필요성에 따라 구분소유자들의 단체를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 보는 견해가 등장하게 됐다. 
권리능력 없는 사단(社團)이란 법인으로서 허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법인과 같이 취급되는, 즉 법인이 아니면서 법인과 같이 취급되는 단체를 말한다. 종중(宗中)이나 교회가 그러한 권리능력없는 사단의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데 구분소유자의 단체를 권리능력없는 사단으로 보는 경우에는 관리자를 더 이상 구분소유자를 대리해 건물을 관리하는 집사와 같이 볼 수 없게 된다. 사단에서는 그 사단에 관한 업무를 대표자가 수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분소유자의 단체를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 본다면 관리자는 구분소유자들의 지시를 받아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구분소유자들의 대리인이 아니라 구분소유자를 대표하는 구분소유자 단체의 대표자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구분소유자 단체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관리자의 지위가 확 달라진다. 
친목모임을 예로 들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조그만 친목모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비를 관리하고 연락을 해야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보통 이런 사람들을 총무라고 부른다. 단순한 친목모임이라면 회장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친목모임의 규모가 커지고 체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면 한 사람에게 임의로 모임에 관련된 일을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대표자를 선출해 그 대표자가 임원들과 함께 친목모임을 유지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 더 자연스럽게 된다. 이 경우에 모임의 대표자를 흔히 회장이라고 부른다. 구분소유자 단체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관리자는 친목모임의 총무라고 할 수도 있고 회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구분소유자 단체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 이렇게 견해의 대립이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1983년 법 개정에 의해서 ‘관리조합법인(管理組合法人)’ 제도를 도입했다. 
즉 구분소유자 단체가 단순한 모임의 성격을 넘어서 하나의 단체로서 사회적 역할을 할 필요성이 있다면 법인을 설립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만약 구분소유자 단체가 법인의 형태를 갖는다면 관리자는 당연히 이러한 법인의 대표자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구분소유법을 참고해 1984년 집합건물법이 제정됐다. 그런데 우리 법은 일본 법의 ‘관리자’라는 용어 대신에 ‘관리인’이라는 용어를, ‘구분소유자의 단체’라는 용어 대신에 ‘관리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관리단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볼 것인지 문제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 대법원은 집합건물 관리단을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 파악했다. 
우리나라의 집합건물은 규모가 큰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집합건물 관리단을 단순한 조합형태의 모임이 아니라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 볼 필요성이 크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즉 우리나라 집합건물 관리단은 일본과 같이 법인의 형태로 설립되지 않더라도 처음부터 권리능력 없는 사단의 법적 지위를 갖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법률문제에 있어서 법인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집합건물 관리단을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 본다면 당연히 우리 법상의 관리인은 관리단의 대표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고려해 2013년 개정된 집합건물법은 ‘관리인’을 ‘관리단을 대표하고 관리단의 사무를 집행할 관리인’이라고 수정했다. 즉 관리인이 관리단의 대표자임을 명확히 표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관리인이 주는 어감 때문에 관리단의 대표자를 부를 때는 ‘관리인’이 아니라 ‘관리단장’ 또는 ‘관리단회장’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관리사무소장이나 관리직원을 관리인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집합건물법에서 ‘관리인’이라는 표현 대신에 ‘관리단대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좋겠다. 
참고로 집합건물법상의 관리인과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단체의 대표자라는 점에서 그 법적 지위가 동일하다. 
관리인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했는데 적어놓고 보니 참 어렵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법적 개념을 갖고 악전고투하는 이유를 다시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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