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김해시 안동 한일아파트

 

공동주택 관리는 일견 사적자치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공공재 관리의 성격을 그 바탕에 굳건히 두고 있다. 그러나 일선 관리현장에서는 사적자치 또는 공공관리의 일방이 타방을 잠식하고 있는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관리주체가 공인으로서 ‘책임관리’ 자세를 유지하고 관리서비스 수요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의 마음을 가미한 관리패러다임을 실현할 때 공적관리와 사적자치 간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으며, 이는 관리주체에게도 직업적 애환과 고충을 거뜬히 극복해낼 수 있는 신선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선순환을 몸소 실천해 살기 좋은 단지를 만든 곳이 있다. 경남 김해시 안동 소재 한일아파트(관리사무소장 최정훈)가 그곳. 지난해 김해시가 실시한 ‘공동주택 관리 실태조사’에서 우수사례로 선정, 체계적인 행정·계약관리를 인정받기도 했다. 


‘계약업무 체크리스트’로 적법·투명한 행정

한일아파트는 신어산을 뒤로하고 드넓은 김해 평야와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다. 1998년 7월 입주한 12개동 896가구 아파트로 ㈜하나종합관리(대표 황찬준)가 위탁관리하고 있다. 
관리사무소가 지난 21년간 3,000여 명 입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은 ‘행정 투명성’이다. 공사·용역계약 시 적법하고 투명한 절차 진행을 위해 관련 법규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계약업무 체크리스트’가 비결이다.
최정훈 관리사무소장은 이 체크리스트의 도움으로 입찰계약 실행에 똑똑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입찰 관련 입주민 의문사항 발생 시 확인과 검토가 용이해진 것은 물론, 서류 정리를 체계화하고 책임자 명확화로 책임감 있는 업무 진행이 가능하며 진행사항 공유도 활발해졌다. 
최 소장은 “체크리스트를 관리하는 것은 신경써야 할 업무가 한 가지 더 늘어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계약업무 진행상 미비한 부분을 충실히 채워주고 있다”며 “관리사무소의 이러한 세심한 노력 덕분에 입주민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입대의의 ‘서비스 마인드’ 관리사무소에 전수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도순호 회장은 “아파트의 재산가치 상승·유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거주지로서 쾌적하고 살기 좋은, 내실 있는 아파트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입대의는 각종 안건을 검토하거나 의결할 때 이러한 신념을 잊지 않고 있다.
특히 입대의 구성원들은 서비스업 또는 대민부서 등의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어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는 물론 당당한 고객응대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관리사무소에도 이러한 노하우를 전수, 입주민 민원 대처와 각종 관리문제의 솔루션으로 접목·응용하기를 조언한다. 
관리사무소 역시 이를 능동적으로 수용해 민원접수 단계에서 ‘원스톱 서비스 마인드’를 적용함으로써 불필요한 민원처리 지연이나 분쟁을 줄이고 있다. 
민원처리 후에는 ‘해피콜’을 통해 민원해결 여부나 불편사항 잔존 유무를 체크한다. 가급적 직접 상담을 지향해 적극적인 민원관리를 하고 있으며, 전화응대만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대면을 통해 해결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필요한 경우 시청각자료를 활용해 친절교육, 서비스마인드 교육 등 서비스교육 기회를 갖기도 한다.

▲ 앞줄 왼쪽 첫번째 최정훈 관리사무소장, 세 번째 입대의 도순호 회장, 네 번째 이창열 감사, 앞줄 오른쪽 첫번째 부녀회 총무, 두 번째줄 왼쪽 하은숙 부녀회장, 김예선 노인회장

참여로 만들어가는 살기 좋은 아파트

입대의는 부녀회(회장 하은숙), 노인회(회장 김예선)와 같은 자생단체나 통장(김경애, 이금자)들과의 유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입대의는 부녀회를 위한 사랑방 공간을 조성하고 부녀회는 공동구매, 물품 기부 등을 진행해 발생한 수익을 불우이웃 돕기, 노인정 식사 대접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노인회는 ‘우리마을 휴지 줍기 행사’ 등을 매주 주도적으로 실시해 한일아파트 주변 지역주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으며, 공동체를 위해 앞장서는 어르신들을 위해 입대의와 부녀회, 관리사무소가 연합해 매년 효도관광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칫 심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어르신들을 노인회 활동으로 이끌어 활기찬 어울림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입소문 덕분에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가족, 특히 바쁜 일상으로 인해 부모님과 외출이나 여행을 자주 하지 못하는 자녀들이 마음을 담은 감사 인사를 보내오기도 한다.

미니인터뷰 - 최정훈 관리사무소장

주택관리사 5회 출신의 최정훈 관리사무소장은 공동주택 관리책임자 경력 20년차에 들어섰다. 최 소장은 입주민을 ‘관리의 인적 대상이자 관리서비스의 수요자’라고 인식한다. 
최 소장은 “관리서비스 수요자이자 고객으로서 입주민의 서비스 기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지나친 권리 주장과 억지 민원의 발생빈도는 줄지 않았다”고 짚었다. 
공동주택 관리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로서의 직업적 고충은 더해가고 있다는 것. 직업적 고충과 애환에 대해 최 소장이 제시하는 해결 대안은 비교적 합리적이다. 또 수동적이지 않다.
최 소장은 “전문적 역량 배가가 언제나 중요하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및 관련 교육기관을 통한 직무교육과 개인적 노력에 의해 전문소양을 갈고 닦아야 한다. 관리서비스 고객에 대해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넉넉하게 키워야 한다. 보다 효율적인 관리기법의 개발과 습득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직업적 고충과 고민을 주체적으로 줄여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아파트 관리 운영에 대해 신문·방송에서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비의무관리단지 무자격자들의 비전문적인 관리와 의무관리단지의 일부 부정적인 관리행태가 일방적·편향적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면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되 대다수의 성실한 관리직원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직업과 업무에 대한 비전이나 근무의욕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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