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마시라던 수돗물의 배신

[기획] 아파트 발밑의 시한폭탄 ② ‘적수(赤水)’ 아니었다면 몰랐을 노후관로 실태 김남주 기자l승인2019.07.24 16:25:11l1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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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계전환에 대한 주민 사전 공지, 예상되는 안전사고와 매뉴얼 여부 등을 확인하고 책임자의 철저한 작업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너무 큰 대가를 치르며 얻었다.(중략) 오늘부터 다시 취임이라 생각하고 인천 수돗물, 상수도 관련 정책을 혁신하고자 한다. 상하수도관망 지도부터 시작해 상하수도정책 전체를 훑어보고 밑그림부터 완전히 새롭게 그리겠다.”
지난 7월 1일 인천시장 취임 1주년 언론간담회에서 박남춘 시장이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 30일 인천 서구에서 시작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인천 중구, 서울 문래, 경기 안산·평택, 충북 충주, 강원 춘천 등에서 연달아 발생하며 전국으로 확산·장기화하는 양상을 띠는 가운데, 각 지자체 및 정부의 뒤늦은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인천지역 적수(赤水) 사태의 원인은 수계를 역방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후한 상수관로가 압력을 받아 관 내부의 녹 등 부식물들이 섞인 것. 서울의 경우 노후배관과 관말지역(배수관의 끝부분) 퇴적물로 인해 혼탁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의 보다 정확한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수계전환 문제가 아닌 ‘노후관로’ 문제라고 짚었다.
30년 이상 노후관로
지자체 재정난에 ‘방치’

지난 6월 27일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립대 구자용 교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내용연수를 초과해 개량이 필요한 상수관로는 전체 중 1만3,823㎞(6.6% 이상), 향후 2027~2034년 동안 개량해야 할 관로는 전체 중 6만7,676㎞(32.4% 이상)다.
국내 상수관로는 1987년을 전후해 단시간에 대량 설치돼 30여 년이 지난 현재 개량 및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막대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수도관 20만9,000㎞ 중 21년 이상 상수관은 6만7,600㎞(32.4%)나 된다. 하수관로 역시 30년 이상 노후관로 비율이 23%, 20년 이상 비율이 40%로 높지만 상하수도 관리주체인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자체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노후관로가 누적될수록 유지관리비용 및 개량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2013년도 기준 5만5,312㎞(30.66%) 개량에 18조9,000억원이 필요했다면 2020년은 6만8,144㎞(37.7%) 개량에 26조1,000억원, 2030년은 10만8,347㎞(60%) 개량에 15조8,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구자용 교수는 “최근 10년간 전국 누수건수는 수도사업자의 노력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누수건수 중 탐지(미신고) 누수건수 대비 신고 누수건수의 비율이 75%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는 원인은 노후 상수관로 증가율이 유지관리를 위한 개량·교체, 누수탐지 시행률보다 높아 나타난 현상”이라며 “향후 신고 누수건수와 누수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자체 상수도시설 중 특히 중소 시·군 지역은 수도요금을 통해 확보한 수입을 재투자할 여력이 전무, 정부 보조금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7년 기준 지자체 상수도시설 세입·세출 현황을 살펴보면 특·광역시 수도요금 세입은 1조5,912억원. 여기에서 유지관리비 세출 1조2,132억원과 원리금상환 세출 963억원을 제하면 재투자 가능한 금액은 2,817억원(17.7%)에 불과하다. 
중소 시·군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시지역 수도요금 세입은 2조574억원. 이보다 1,252억원 높은 2조1,826억원이 세출액(-6.1%)이었고, 군지역 역시 수도요금 세입 3,063억원보다 908억원 높은 3,971억원(-29.7%)이 세출액인 적자 상태로 재투자 여력이 없었다.
인천시 역시 30년을 넘긴 노후 상수도관은 약 600㎞. 당초 오는 2020년까지 교체 예정이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200㎞가량은 교체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21년 이상 상수도관 비율은 대구시 56.8%로 가장 높고 뒤이어 서울시 54.8%, 광주시 45.2%, 대전시 40.3% 순이었다.
강 의원은 특히 대구시의 사고 발생 위험을 지적하며 “1㎞당 수도관 교체 공사금액을 4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노후 상수도관 770㎞에 대한 공사비는 3,800억원에 육박한다”며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서울시는 여타 지자체에 비해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문래동 아파트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발생하자 시는 당초 2022년까지 계획돼 있던 노후 상수도관 교체시기를 앞당겨 잔여 138㎞ 전 구간에 대한 조기교체비용 727억원을 즉시 긴급추경예산 편성하고,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문래동 1.75㎞에 대해서는 50억원을 편성했다. 
상수도사업 종사자 수가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도 상수도시설 관리 미흡 및 사고 대응능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상수도사업 종사자 수는 2017년 기준 1만1,231명이었으나 이는 2008년 1만3,205명보다 약 14.9% 감소한 수치며 이 중 기술기능직 종사자는 2008년 대비 약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노후할수록 관리가 어려워지는 상수도 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되고 관리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호에 계속
 

김남주 기자  knj@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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