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발코니

김영두칼럼 (20) >>집건법과 공주법의 발전방향 김영두l승인2019.07.03 13:07:47l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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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교수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에서 개최한 국제인공지능법콘퍼런스에 다녀왔다. 
캐나다하면 광활한 영토와 천연자원, 단풍나무를 떠올리는데 의외로 캐나다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딥러닝의 선구자인 제프리 힌튼 교수는 토론토대학교에 재직 중이며, 제프리 힌튼 교수와 함께 딥러닝의 3인방 중의 한 명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는 몬트리올대학교에 근무 중이다. 삼성전자도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를 위해서 토론토대학교와 몬트리올대학교의 연구진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몬트리올에서 콘퍼런스가 개최된 것 같다. 
학회 기간 중에 요슈아 벤지오 교수의 특강도 있어서 직접 만나볼 수도 있었다. 
이 콘퍼런스는 국제인공지능법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Artificial Intelligence and Law)에 의해서 2년 주기로 개최되는데 세계 각국에서 온 이 분야의 연구자들과 실무자들이 법률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서로 토론한다. 이 콘퍼런스와 함께 법률분야 인공지능 경연대회도 개최되는데 우리나라의 인텔리콘연구소는 2017년 런던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이 법률분야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더 나아가서 인공지능이 변호사를 대신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2년 전에 개최된 콘퍼런스와 비교하면 법률가들이나 법학자들의 참여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 콘퍼런스는 컴퓨터사이언스 전공자들의 참여 비중이 높다. 법을 전공한 내가 기술적인 분야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공학자들도 법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법적 판단은 한편으로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책적인 판단에 의해서 결과가 모순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모순된 결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관된 흐름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까지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인공신경망과 같은 머신러닝에 바탕을 둔 알고리즘보다는 법적 추론의 고전적 방식에 기초를 둔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비중이 더 높았다. 
법적 판단은 논리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논리만으로 법적 판단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적 추론을 알고리즘으로 만든다고 해 그러한 알고리즘이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물론 딥러닝 등의 머신러닝 방법의 활용이 더 활성화된다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인공지능법학회에 참석했지만 부동산법을 주로 연구하다 보니 기회가 될 때마다 몬트리올의 건물들을 눈여겨봤다. 
몬트리올에도 중국자본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사방에 우리나라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콘도미니엄이 많이 건설되고 있었다. 대규모 단지 형태로 건설되는 경우도 많았다. 숙소에서 몬트리올대학교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오가는 동안에 몬트리올 사람들은 어떤 주거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볼 수도 있었다. 
아이들이 모여 뛰어노는 소리, 엄마가 부르는 소리는 우리나라 어느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우리가 흔히 베란다라고 부르는 발코니였다. 이 사람들은 발코니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차를 마시거나 와인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 이른 퇴근시간과 여기저기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발코니 문화도 삶의 여유를 말해주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발코니를 떠올리면서 우리는 언제부터 열린공간이 아닌 닫힌 공간을 선호하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도 예전에는 발코니 공간이 집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 발코니에 새시를 설치해 전유부분의 연장공간으로 이용하게 됐고, 건설사들은 발코니의 사방을 벽으로 둘러서 전유부분으로 확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요즘에는 처음부터 발코니를 거실로 확장해서 입주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원래 전유부분이 아니었던 발코니가 전유부분인지 아니면 공용부분인지에 대한 논란까지 발생한다. 
발코니를 열린공간으로 두거나, 우리나라와 같이 전유부분에 포함하거나, 어느 문화가 더 좋은지 여부를 말할 수는 없다. 각 사회가 처한 현실에 따라 형성된 문화에 좋고 나쁨의 기준을 들이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고층이기 때문에 발코니를 외부로부터 폐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열린공간 ‘발코니’ 선호하는 캐나다와 없애는 한국
인공지능이 인간적 판단까지 대체할 수 없듯
개별공간 잇는 ‘인간적 공간’ 경제적 판단에 의해 소외받지 않길


캐나다에서도 고층 아파트의 경우에는 이따금 발코니에 새시를 한 경우를 봤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밀집돼 있기 때문에 발코니를 차단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필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집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공간보다 아파트 값을 더 높여 줄 수 있는 전유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모든 공간을 내 것과 네 것으로 구분해 나의 공간과 타인의 공간을 이어줄 수 있는 완충지대마저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한국에 돌아와 산책을 하면서 원래 그 자리에 발코니가 있어야 했음을 웅변하는 아파트 발코니 난간을 한참을 바라봤다. 
한편으로 아파트 발코니와 함께 사라진 것을 찾는 일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견고하게 공간을 구분하고 있는 우리의 아파트 주거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김영두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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