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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앞자리인 경리직원 A(50)씨가 사촌 조카 H(31)씨와 통화를 하고 있다.
“○○아, 저쪽 경리한테서 전화가 왔어. 너 집이 멀어서 안 다니게 될지도 모를 것처럼 얘기했다며? 너 그러면 안 돼. 소개해 준 사람도 생각해서 무조건 1년은 다녀야 돼. 알았지?”
A씨는 오전에 조카 H씨를 데리고 옆 단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다녀왔다.
그곳 서무 자리가 생겨서 조카를 소개해 취직을 시켜준 것이다.
관리사무소장은 즉석에서 채용을 결정하고 즉시 인수인계를 일부 시켰는데 H씨가 돌아간 직후 거기 경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던 것이다. 
거기 서무직원은 이미 다른 곳에 이직이 결정돼 곧 그만 두는데 채용이 결정된 H씨가 갑자기 안 다닌다고 하면 경리직원은 당장 혼자 고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걱정이 됐던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H씨가 이 집안 가문 8번째 관리사무소 가족이 됐다.
A씨는 3녀 2남 중 셋째로, 22세의 젊은 나이에 장남에게 시집을 갔다. 
적극적 성격의 A씨는 신랑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먼저 신랑의 손을 잡았다고 한다. 그때 신랑이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당황해 하던 것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한다. 
몸이 약한 남편 B씨는 건강이 나빠져  공장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 집에서 장시간 쉬게 됐는데, 이를 보다 못한 A씨는 지인을 통해 남편 B씨를 아파트 관리사무소 기사로 취직을 시켰다. 
그때 B씨의 나이는 29세였고, 그가 이 집안 관리사무소 입문 첫 번째 사람이 됐다. B씨는 현재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B씨는 기사로 근무하다가 과장으로 옮기고 다시 빌딩 관리사무소장을 10년 정도 했다. 빌딩 관리사무소장을 할 때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그 당시가 가장 좋았다고 한다. 빌딩 소유주가 사장 한 사람이어서 사장하고만 협의하면 모든 일이 됐기 때문이다. 사장이 건물을 파는 바람에 B씨는 거길 그만 두게 됐다고 한다. 
A씨는 말한다. “남편은 천성이 온순한 사람인데 관리사무소장을 하고서 날카로워졌어요. 워낙 일 자체가 공격을 많이 받는 직업이다 보니 성격이 그렇게 변하나 봐요.”
A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시댁 가족과 함께 시집살이를 하며 첫아이를 낳았고, 27세가 됐을 때 직장을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집에서 며느리로서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시동생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신랑 B씨는 A씨가 자기 입장을 얘기해도 입을 꾹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한다. A씨는 당연히 자기 편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신랑이 입을 꼭 닫고 있으니 무척 답답했다고 한다.
어쨌든 A씨는 큰애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인맥을 통해 경리자리를 얻어 일을 시작했다. 아직도 경리직원으로 근무 중이며 이제 22년이 다돼 간다. 
둘째 형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둘째언니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A씨는 둘째 언니 C씨도 경리직을 알아봐줬다. 
A씨의 막내 남동생 D씨는 속기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IMF가 터지고 경기가 나빠졌을 때 일거리가 거의 들어오지 않아 수입이 없게 됐다. A씨는 남동생 D씨의 이런 사정을 알고 서울의 모 주상복합건물 관리사무소 기사로 일자리를 주선해 줬다. 
D씨는 당시 관리사무소장의 배려로 일을 잘 배웠고 또한 그의 권유로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해 현재 관리사무소장을 하고 있다. 아직도 또 다른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A씨의 관리사무소 집안 만들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둘째 올케 E씨를 관리사무소 서무직원으로 취업시켰고, 막내동서 F씨를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으로 취업시켰으며, 막내 시동생 G씨을 아파트 기사로 취업시켜 줬다. 
현재 A씨 집안의 관리사무소 근무자는 소장 2명, 경리직원 3명, 서무직원 2명, 기사 1명 총 8명이다.  이 중 부부는 2쌍이 있다. 
또 다른 조카를 취직시켜줘야 한다고 A씨는 말하고 있다. 
이 집안의 관리사무소 가족 꾸미기는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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