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업자 A사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서울 도봉구 B아파트 위탁관리업체로 선정돼 입주자대표회의와 지난해 11월 28일 계약기간을 2020년 11월 말까지로 하는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입대의는 이틀 뒤인 11월 30일 ‘A사가 기존 관리업체인 C사에 인수됐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A사에 계약 무효를 통보했다. A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업무를 수행하자 입대의는 관리업무 인계∙인수서에 인계자와 인수자의 서명∙날인이 누락됐으며, 관리사무소장이 배치된 당일에 보증보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며 A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A사는 입대의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무효 및 해지를 통보했다며 입대의를 상대로 지위보전 및 권리행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와 관련해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1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A사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불복한 A사는 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재판부는 우선 계약이 무효인지 여부에 대해 입대의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A사와 C사가 사실상 동일한 회사라는 점을 소명하기 부족하다며 A사와 입대의 사이에 체결된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계약이 해지됐는지 여부에 대해 살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참조해 “아파트 입대의와 관리회사의 법률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위임관계고 이 사건 계약은 입대의가 A사에 아파트 관리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는 내용으로서 민법상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민법상 위임계약은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으므로 민법 제689조 제1항에 의해 특별한 이유 없이도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입대의가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A사는 이 아파트를 관리할 권한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A사는 “공동주택의 위·수탁관리계약의 경우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해지의 자유가 제한돼 아파트 입대의가 주택관리업자의 법령 위반이나 계약 위반 사유 없이 관리계약을 해지하려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조의 요건, 즉 입대의 의결 또는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의 제안과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 찬성을 갖춰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설령 A사 주장대로 계약해지를 함에 있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조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보더라도 지난해 12월경 개최된 입대의 임시회의에서 구성원 총원 4명 중 3명의 찬성으로 민법 제689조 제1항에 의한 계약해지 안건이 가결됐고 이후 아파트 전체 입주자 등 225명 중 114명이 안건에 찬성했다”며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지난 1월 29일 강원도 동해시 모 아파트 주택관리업자가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해지 무효확인 소송에서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의 경우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해지의 자유가 제한돼 입대의가 주택관리업자의 법령 위반이나 계약 위반 사유 없이 관리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정한 요건, 즉 입대의 의결 또는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의 제안과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 찬성을 갖춰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위임계약이라는 이유로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공동주택의 위·수탁관리계약을 언제든지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다고 하면 엄격한 요건 아래 관리방법을 결정하고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도록 한 입법취지가 몰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관리업자의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관련기사 제1112호 2019년 3월 6일자 게재> 이 사건은 입대의가 항소를 제기함에 따라 현재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에서 변론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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