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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호 열  주택관리사

 

관리사무소에서 민원 전화를 받거나 민원인을 상대하다 보면 화가 나고 분노가 이는 일이 많다. 나의 잘못이 아니고 나의 실수도 아닌 일을 갖고 나를 비난한다. 관리라는 책임을 맡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넋두리, 투정, 비난을 들어야 한다. 

도대체 내 잘못이 아닌데 저 사람은 왜 나한테 꼭 저런 식으로 말하는 걸까?
참고 받아주고 있자니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내 자신이 비참해진다. 이런 일을 무방비로 계속 당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병이 생길 게 분명하다. 이것이 감정노동자의 비애다. 우리는 어떻게 부당한 민원인의 공격에 희생되지 않고 자존감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까? 그 핵심은 민원의 본질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민원인이 우리를 비난하는 이유는 원하는 바,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바가 급하고 강렬하다 보니 부탁조가 아닌 명령조와 비난조가 되는 것이다. 
명령과 비난의 결론은 부탁이다. 
사실 입주민은 나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부탁을 최악의 수단을 동원해 부적절하게 하는 것이다. 
민원인의 광포한 메시지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의 고통스러운 외침일 뿐이다. 이를 나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서 내가 괴롭고 힘든 것이다. 
부당한 민원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은 그건 나의 이야기가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이 상대방도 보호하는 방법이다. 
공격하는 말, 말도 안 되는 말, 억울한 상황들, 나를 비난하는 민원들은 내가 제어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인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민원인의 분노나 비난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민원인의 분노나 비난은 못마땅한 것에 대한 화풀이거나 자신의 분노를 폭발하는 것이지 우리를 해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인식을 훈련을 통해 숙달시켜야 한다. 민원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자존감은 훈련을 통해 키워지는 것이다. 

-CGN북세미나 ‘책걸음’ 박재연 강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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