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자결재의 모든 것 (2)

 

2009년 5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로부터 전자결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문의가 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의 행정처리 문서들을 결재하고 보관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새움소프트는 메일, 전자결재, 메신저 같은 소프트웨어 협업도구 기술업체로서 기업만을 주력으로 오피스온 그룹웨어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파트 전용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했고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부담을 갖고 아파트 방문을 약속했다.
아파트에 방문했을 땐 관리사무소 안 관리직원과 동대표들 사이에서 큰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파트 내 보수공사 비용에 대해 서로 기억하고 있는 금액이 다른 것이 원인이었다. 회의 때 결정한 금액과 집행한 금액이 다르다는 게 입대의의 주장이었고, 관리사무소는 결정대로 집행했기에 떳떳했다. 해당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회의록을 찾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미 이전부터 비슷한 문제로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자결재를 통한 종이문서 불신 해소와 안전한 문서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파트 전용 전자결재 시스템을 위한 제품 자체가 없었고, 기업용 전자결재 시스템과 아파트 행정처리는 기본적으로 달랐기에 아파트 구성원들이 답답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현장에서 아파트의 문제점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고, 아파트 전용 전자결재 시스템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을 확신하며 시스템 구축을 약속했다.
아파트 전자결재 시스템 구축 후 2년 동안은 엄청 많은 부분을 개선해야만 했다. 목표를 위해 협업하는 기업과는 달리 아파트의 안전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원하는 입주민의 관점은 많이 달랐다. 우리는 아파트 조직도, 행사일정, 현장점검, 회의록 같이 아파트에 꼭 필요한 기능을 추가했으며 기업용이던 전자결재 시스템을 아파트 전용으로 전면 개편했다. 
100여 종이 넘는 아파트 문서양식을 새로 만들었고 제도적인 변화에 따라 양식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작업도 추가했다. 게다가 기존 종이문서만으로 결재하던 동대표들이 결재의 모든 과정을 PC 웹 브라우저도 해야 하기에 더욱 쉽고 간편하게 구현해야 했다.
시스템이 개선되고 아파트에 전자결재가 정착됨에 따라 종이문서는 창고에 보관할 필요가 없어졌고, 2주 이상 걸리던 결재처리는 4일 안에 빠르게 처리돼 입주민들의 행정 불편이 대폭 개선됐다. 형식적이던 시설점검도 전자문서로 작성해 검토함으로써 문제 있는 시설과 합리적인 조치의 근거들이 보관되기 시작했다. 회의 내용은 더 이상 종이문서를 뒤지지 않고도 전자문서 검색으로 찾을 수 있어 입주민들의 요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구축 이후인 2012년과 2016년에는 서버 장비의 부품 이상과 노후화로 두 차례의 서버 교체가 있었다. 2012년에는 서버PC의 장애 부품수리를 통해 해결했고, 2016년도는 관리사무소에 위치한 서버PC가 습기로 인해 자주 다운되면서 데이터에 위험이 감지됐다. 아파트에는 별도의 전산전문가가 없고 서버를 교체할 때마다 귀중한 정보들이 소실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했다. 
아파트의 절실한 요청에 우리는 고민 끝에 관리사무소에 있던 PC를 없애고 아파트 전자결재 시스템을 당시 기업용으로 운영하던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겨 서비스를 제공키로 결정했다. 더 이상 아파트 자체적으로 서버나 네트워크 상태를 점검하거나 데이터 소실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이 아파트 단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파트 전자결재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으며, 더 이상 입주민들과의 분쟁 없이 당시의 관리업체가 아직까지도 아파트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 서비스가 서울시 아파트 전자결재 시범서비스의 시작이자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개정의 도화선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최 병 진 대표
㈜새움소프트 

2006 기업용 그룹웨어 officeON 솔루션 구축
2009 국내 최초 아파트 전자결재 솔루션 운영(아파트123)
2017, 2018 서울시 아파트 전자결재 시범사업 수행
2019 광주광역시 광산구 아파트 전자결재 시범사업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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