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유 순 미   관리사무소장
서울 은평구 불광롯데캐슬아파트

 

 

남편이 일찍 일어나지 않아서 주말 특식  겸 아점으로 집 앞 양고기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동네 한바퀴 시작.
낮 열두시에  함석헌 선생님 기념관에 도착했다. 함석헌 선생님은 독립운동가이자 민주화운동을  했던 분이다.
앞에서 깃대 세우듯 기념 사진을 찍고 나서 5분여 마을버스를 타고 간송 전형필 선생 옛집에 들러 묘소에 참배했다. 
간송 전형필 선생 옛집은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했던 훌륭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존경심의 향내가 그윽한 곳이기에 내가 만약 하루 동안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더라도 나비 한마리가 꽃과 꿀을 탐하듯 즐거운 마음 가득히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심미적인 곳이다. 
담장 너머에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하는 도봉산 자락 둘레길을 넘어서 정의공주 묘소와 연산군 묘소, 김수영 문학관까지 20여분 걷다 택시로  3·1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으로 기본요금을 내고 이동했다.
아름다운  붉은 벽돌로 지어진 강당 건물은 악귀를 쫓으려는 우리네 황토흙을 떠올리게 한다. 
주말이면 음악 동호회원들의 음악회도 열리는 등 시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삼각산에 꾸준히 올라 다니면서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던 곳이었기에 더욱 가슴속 감회가 부풀어 오른다.
특히 올해는 상해임시정부수립 100주년, 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일  행사 때문에 태극기로 수놓은 아름다운 물결과 독립운동가 선생님들의 말과 사진 등 전시도 잘 돼 있었다.
삼각산 인수봉과 백운대 만경봉을 병품 삼아서 봉황각 대청 안의 의열단원 그림과 손병희 선생의 영정 앞에 묵념했다.
뒷담으로 열린 길을 따라서 소나무 숲 사이 손병희선생 묘소에 올라 다시 묵념했다.
백운대여! 신선이 사는 곳인 듯 세상 일 눈 녹듯 사라지는 정기 서려 있어라. 의로운  기상 백만배 서린 이곳에 애국지사의 혼령이 태극기로 힘차게 나부끼는 곳, 어깨에 칼을 맨 장군이 눈 부릅뜨고 이 강산을 지키는 곳, 반가운 마음이 코 앞에 닿을 듯 더 가까워 보이는 삼각산 세 봉오리를 향해 인사하고 아직도 얼음이 골에 가득찬  개천길 따라 7~8분 걸어서 하산했다.
우이역에서 다시 한번 택시를 타고 시민청과 솔밭공원을 스치며 4·19묘소로 이동해 웅장한 조형물과 묘소 곳곳의 길을 지나 영정이 있는 사당에 가서 묵념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시민에 이르기까지 순결 순수의 외침이여! 경찰의 총탄에 꽃잎처럼 낙하했던 민주 영혼이시여!
공원의 잘 다듬어진 수목들을 볼 때도 움터오려는 새싹을 볼 때도 푸른 창공을 볼 때도 오늘의 자유가  민주 영령의 핏값을 치러 이뤄진 것임을 되새기듯 가슴이 숙연해졌다.
다시 5분 거리 곁에 있는 근현대사기념관에서는 이름을 다 알지 못해 이름모를 순수한 애국의 혼 독립운동가와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송구스러움과 함께 치욕스런 식민치하는 힘있는 곳에 빌붙은 당대 지식인들의 변절이 있었음을  명징하게 봤다. 상해임시정부는 독립군을 양성해 무력으로 조선을 탈환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던 위대한 정부였다.
오후 5시, 포근했던 햇살이 숲으로 숨어 들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근처에 약수 샘 지나면 독립운동가 선생님 묘소가 곳곳에 있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길가에 돌 한개 기념으로 세워 놓고  오늘의 동네 한바퀴를 마친다. 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노란 종다리꽃에 노랑나비 꽃나비 날아드는 것이라네. 독립운동가 애국지사여! 후손에게 바르게 알려지고 예우 받으소서. 우리 동네 도봉구는 누구라도 자랑스런 유서 깊은 곳, 역사 문화의 도시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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