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금으로 적립해야 할 잡수입, 판공비・회식비 등에 사용토록 ‘결재’

잡수입 다른 용도로 사용해 장충금 부족
관리소장과 회장, 아파트에 손해배상해야

 

서울서부지법

‘업무상횡령방조죄’로 기소돼 1심에서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서울 용산구의 A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씨가 최근 진행된 항소심에서 벌금형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B회장에게 업무상횡령방조죄가 적용된 것은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었던 C씨가 중계기 설치장소 임차료, 주차장 사용료를 특별수선충당금(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지 않고 회식비로 임의 사용한 것을 비롯해 부녀회 지원금, 회장 판공비 등에 용도 외로 사용하도록 ‘결재’를 해줬다는 이유에서다. A아파트는 소규모 공동주택으로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2부(재판장 최규현 부장판사)는 “A아파트 관리규약 등 관련 규정상 중계기 설치 임차료와 주차장 사용료는 장충금으로 적립해야 하고 사용용도와 절차가 특정돼 있으며 판공비, 회식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없다”면서 “그런데 C소장은 이를 장충금으로 적립하지 않고 판공비, 회식비 등으로 사용했고 B회장은 관리규약 등에 따라 관리가 이뤄지도록 지휘, 감독할 지위에 있음에도 C소장의 이 같은 사용을 제지하지 않고 결재해 줬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돈을 무단으로 전용해 지출한 것은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횡령행위”라며 “이 같은 사실관계를 알면서도 지출행위를 결재해준 B회장에게 횡령방조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C소장의 행위가 횡령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B회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는 단지 법률의 부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횡령방조의 범의를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다만 관리소장의 지출행위를 제지하지 않은 방조범에 불과하고, B회장이 횡령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1심에서 선고한 100만원의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B회장과 함께 기소된 C소장은 ‘업무상횡령죄’로 2017년 11월경 1심에서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07년 2월경부터 2016년 11월경까지 A아파트에 근무한 C소장은 2010년 3월경부터 2016년 6월 말경까지 통신사 중계기 설치 및 주차장 사용에 대한 수입(총 4,740만원)을 장충금으로 적립해 사용하지 않고 부녀회 지원금, 회식비, 회장 판공비 등 다른 용도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업무상횡령죄가 적용됐다. 
특히 이들은 아파트 측이 제기한 민사소송 판결에 따라 아파트 측에 손해배상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서부지법 민사7단독(판사 홍성욱)은 최근 C소장은 약 2,400만원을, B회장은 C소장과 각자 이 금액 중 약 290만원을 아파트에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B회장과 C소장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아파트를 위해 사용한 것이라며 항변했지만 법원은 대법원 판례를 참조해 “공동주택관리법상 장충금은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의 교체 및 보수’라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관리비, 사용료, 잡수입 등과 구분해 별도로 징수·적립·관리하고, 용도 및 사용도 장기수선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등 지출용도뿐만 아니라 지출절차와 시기까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라며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돼 횡령이 성립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C소장이 법령에 의해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아파트 장충금으로 적립해야 할 중계기 설치장소 임차료 및 입주자 초과 차량 주차비를 보관하다가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은 횡령에 해당하고, 아파트 장충금에 부족이 생기도록 함으로써 아파트에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B회장이 C소장의 이 같은 용도 외 사용에 대한 묵인 내지 결재를 한 것은 횡령을 방조한 것에 해당하고, C소장과 함께 아파트 장충금에 부족이 생기도록 해 손해를 발생시킨 공동불법행위”라고 단정 지었다.
법원은 다만 “불법행위가 아파트에 손해를 생기게 하는 동시에 이익을 가져다 준 경우에는 손해 산정 시 공제해야 할 것”이라며 200만원은 아파트에 대해 관할관청에 집합건물 유지, 관리 검사 후 신고하는 비용으로 지출된 사실을 인정, 손해금에서 공제했다. 
한편 이 같은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C소장만 항소를 제기함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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