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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어느 직종이든 마찬가지지만 관리사무소에 입문하는 직원은 초기에 누구나 다 의욕적으로 근무하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지면 의욕은 슬며시 시들해진다. 
공동주택 관리에는 공동주택관리법과 관리규약이란 규율이 있고 관리사무소가 일을 잘하면 포상, 임금 인상, 재계약 등의 인센티브가 있지만 이것들이 직원들에게 정작 필요한 도덕적 자질과 올바른 근로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지는 못한다. 
미국의 모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관리인이 혼수상태에 빠진 젊은 환자의 병실을 두 번 청소한 사연을 소개한다. 이 사연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로서 관리사무소 직원이 가져야 하는 바람직한 마음자세를 알아본다. 
심하게 싸워 혼수상태가 된 채 병실에 입원한 젊은이가 있었다. 6개월 동안이나 깨어나지 못한 채 입원해 있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 보호자인 아버지 F씨가 매일 병실에서 생활했다. 관리인 L씨는 이 날도 이 환자의 병실을 청소하고 나왔다. F씨는 흡연가로 이때 담배를 피러 나갔었고 L씨가 청소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흡연 후 돌아온 F씨는 L씨를 보자 흥분하면서 왜 청소를 안 해놨냐며 따졌다. L씨가 청소를 했다고 설명하려고 해도 F씨는 막무가내로 몰아붙였고, L씨는 즉시 사과하고 다시 청소하겠다고 말하고 F씨가 보는 앞에서 다시 병실을 치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L씨는 첫째, 벌써 청소했다고 설명하고 그래도 F씨가 우기면 책임자에게 중재를 요청할 수 있었고, 둘째, F씨를 무시하고 다른 일을 하러 가버릴 수 있었고, 셋째, F씨의 억지에 맞서서 같이 화를 내며 싸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L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L씨는 자기의 공식적인 업무인 청소가 직무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진짜 본연의 업무는 고객인 환자와 가족들을 편안히 해주고, 이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고,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용기를 주고, 말벗이 필요하면 경청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자세로 일을 해온 L씨는 고객에 대한 배려와 고객의 편안함을 목표로 일하면서 진짜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자세가 돼 있었던 것이다.
L씨는 F씨와 빚은 갈등이 정직이나 솔직함으로 대처할 일도 아니고, 자신의 권리를 내세울 일도 아님을 잘 알았다. 
정의와 공정성은 나중에 따져도 늦을 게 없었다. 
L씨는 F씨가 병실을 청소하라고 고함치는 상황, F씨가 그렇게 분노하는 합당한 이유를 알고 있었으며, 이런 것이 왜 용서가 가능한지도 알고 있었다. 
L씨의 사례를 보며 관리직원들도 입주민들에게 어떤 마음자세로 대해야 할 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를 내는 입주민의 행동을 볼 게 아니라 왜 화를 내는지 그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면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자연히 해답이 나올 것이다.  
참고문헌 : ‘어떻게 일에서 만족을 얻는가’ 
- 배리 슈워츠/케니스 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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