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노동자의 현실>>우리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아파트 경비원, 미화원의 근로실태 <19>

Ⅲ 경비원 및 미화원 설문조사 분석 결과

☞ 지난 호에 이어
3. 관계성

아파트 종사자들에게 있어 요즈음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관계성’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파트 종사자들에 대한 ‘갑질’이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을 먹으라고 주거나, 택배를 맡긴 것도 모자라 집까지 직접 가져오라고 하고, “개는 주인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폭언을 서슴지 않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14년 A시의 한 아파트는 경비원이 입주민들에게 90도로 인사하도록 시켜 화제가 됐다. 이 아파트의 경우 어른들이 한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학생이 나서 부끄럽다는 글을 올려 사람들에게 큰 부끄러움을 안겼다. 다른 아파트에서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대 남성이 경비원을 폭행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과 언행이 어린 학생들에게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최근의 한 신문기사다.

어느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등학생이 경비원이 남긴 쪽지에 단 답글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비원에게 갑질하는 고등학생’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
라왔다.
본인을 작년에 지은 초고층 아파트 거주자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우리 아파트에는 동마다 독서실이 있는데 원활한 독서실 운영을 위해 좌석 사유화를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달째 자리에 책을 놔두고 가끔 올까말까 한 학생이 있어 경비 아저씨가 이 학생 자리에 쪽지를 놨다”며 사진 한 장을 첨부했다.
해당 사진에는 시험 기간이라 좌석이 부족하다며 서로를 위해 장시간 자리를 비우거나 퇴실할 때 책상을 비워달라는 경비원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쪽지를 받은 학생이 그 밑에 “어쩔? 우리가 살고 있음”이라는 답글을 달아놓은 것.
A씨는 “책상 위에 신상 적힌 등록카드를 보니 고등학교 2학년이더라”라며 “돈 많은 엄마, 아빠 믿고 예절은 못 배운 거 같다”고 꼬집었다.2)

 

입주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 내에서도 갑질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음은 관리사무소와의 관계, 또 경비반장과 경비원 간의 갈등에 대한 신문기사다.

B시의 한 공동묘지입니다. 지난 5월 인근 아파트 경비원 8명은 이곳에 개나리 묘목을 심어야 했습니다. 집값 하락을 걱정한 입주민들이 꽃을 심자는 제안을 했고, 관리소장이 경비원들에게 지시한 겁니다.
[A씨/아파트 경비원 :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3개월마다 재계약을 하는 경비원들은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B씨/아파트 경비원 : 당신들 나이가 많은데 갈 데가 있느냐, 다른 데도 못 가게 하겠다…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땅만 바라보면서…]
관리소장은 일반적인 경비업무라고 해명했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경비원들은 경비업법 위반으로 관리소장을 고발할 예정입니다.
서울의 또 다른 아파트 경비원들은 아침 조회 때마다 경비대장에게 욕설을 들어야 했습니다.
[C씨/아파트 경비원 : 칼로 옆구리를 XX버리겠다, (목을) 비틀어버리겠다…반발하는 사람들은 재계약이 어렵다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투표함 운반 등 경비 업무 외의 일을 시킨데 대해 반발하자 폭언을 퍼부었다는 겁니다.
해당 경비대장은 잘못을 지적했을 뿐 모욕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다음달 경비원들에 대한 부당 지시를 금지하는 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정작 현장에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3)

관계성에 대한 응답을 보면 신문기사에 많이 언급됐던 것처럼 입주민으로부터 욕설, 무시, 폭언,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경비원과 미화원 모두 과반수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진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도 응답자의 4분의 1이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4. 근로조건

그렇다면 경비원의 주 근무형태는 어떠할까? 먼저 경비형태를 살펴보면 24시간 교대제, 즉 격일제의 근무형태가 93.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비원이 고령인 것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경비 형태는 노동자의 건강상태에 큰 무리를 줄 가능성이 높다.

 

경비방식은 한 동당 한명의 경비원이 근무하는 동별 경비가 44%로 가장 많았고, 거점 통합 경비(41%), 단지 출입구 경비(14%)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비원의 하루 및 주간 실제 근로시간은 16.4시간, 52.6시간으로 매우 길게 나타났다. 근로시간이 긴 이유는 주된 경비형태가 24시간 교대제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화원은 하루에 평균 6시간, 주간 30.3시간을 일한다고 응답했다.

2)김지혜 “경비원이 쓴 쪽지에 몰상식한 답글 남긴 고등학생”, 「매일경제」, 2017년 7월 26일자
3)신진 “묘지에 개나리 심어라..경비원 울리는 ‘갑질 또 갑질’, 「JTBC」, 2017년 8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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