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갑질 없는 세상 향하여 ① 어느 소장의 부당해고 분투기

일부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만연해 있는 ‘갑질’로 인한 병폐가 새해에는 꼭 사라지길 염원하는 희망을 담아 신년 특집 ‘갑질 없는 세상을 향하여’ 시리즈를 기획했다. 이번 호에서는 대구 달서구 A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입주자대표회의의 갑질 사례를 고발하며 부당해고 판결을 이끌어 내기까지의 고군분투기를 싣는다.
 

 

공시청설비공사 ‘주민 동의 받자’는 소장
업무방해 등으로 정직 3개월‧감봉 6개월 

 

지난 2011년 3월경부터 A아파트(자치관리)에서 근무해온 B소장(여)은 2015년 12월경 입대의로부터 업무방해 등의 사유로 정직 3개월 및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입대의와 B소장 간 갈등은 공시청설비공사와 관련, 입대의가 입주민 동의 없이 추진하려고 하면서부터 불거졌다. B소장이 관할관청의 답변서를 근거로 입주민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지만 입대의가 자체 의결만으로 강행하자 이를 입주민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이로 인해 징계처분을 받은 B소장은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했고 그 결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6년 4월경 ‘징계사유 및 절차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양정은 부당하다’며 부당징계로 인정, B소장에 대한 징계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부당징계에 대한 급여도 지급받았다. 
한편 입대의는 B소장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 했지만 무혐의로 결론 난 바 있다.   
정직 3개월의 기간이 지나 2016년 3월 중순경에 단지에 복귀한 B소장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 한 관계자에 의하면 B소장에게 ‘밤길 조심해라’, ‘묻어버리겠다’ 등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B소장을 내보내기 위해 위탁관리로 변경하려고 입주민 동의를 받았지만 입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같은 해 6월경부터는 경리직원을 내보내고 B소장에게 경리업무까지 겸직하게 했다.  
2017년 입대의가 새롭게 구성됐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시 감사결과 관리에 소홀했다며 권고사직을 요구했다. 감사결과 과태료는 없었으며, 2건의 시정명령이 있었다. 시정명령의 경우 장기수선계획 조정을 하지 않은 것과 동대표 감사가 관리비를 연체해 자격이 자동 상실됐음에도 그 사실을 모르고 회의비가 지급된 건이다. 이 회의비는 동대표 감사가 반환하지 않아 B소장이 해고되던 날 사비로 입금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B소장이 권고사직을 거부하자 입대의는 2017년 2월경 B소장을 징계해고했다.  

대주관, 회원 권익보호 위해 힘 보태

이 사건은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법무비용 지원으로 진행됐다. 대주관 회원권익위원회는 2017년 10월경 회의를 통해 “시 감사결과 과태료 처분 없이 시정명령 2건을 받은 점을 이유로 해고할 경우 징계양정이 과해 정당한 해고로 보기 어려운 점, 입대의가 2016년 정직처분을 하고 이 처분이 부당징계임이 인정되자 이에 불복해 관리방법 변경 및 시 감사, 관리소장 해임 의결 등 조치를 취한 과정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부당징계 판정에 불복해 감정적으로 취한 조치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 변호사 선임비용 지원을 결정했다. 
 

법원 ‘부당해고’ 인정, 소장 손 들어줘

그 결과 지난달 20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민사1부(재판장 서보민 부장판사)는 B소장에 대한 징계해고를 무효라고 판단, A아파트 입대의는 2017년 3월경부터 B소장에게 복직할 때까지 월 약 330만원을 지급하라며 B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입대의 측은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점 ▲2017년 1월 새로 구성된 입대의로서 취업규칙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취업규칙을 B소장이 은닉해 입수할 수 없어 취업규칙이 정한 징계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할 것은 아닌 점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B소장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해고 당시 B소장과 입대의 사이의 근로계약에 근로기준법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취업규칙이 B소장과 입대의 사이의 근로계약에 편입됐다면 그에 따라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상시근로자 수는 해고 발생일 전 1개월 동안 최대 4인이었으므로 상시근로자 4명 이하의 사업장으로 판단되나, 취업규칙이 존재하므로 취업규칙을 적용해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입대의가 취업규칙에 따라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위법, B소장에 대한 해고는 다른 무효 사유에 관해 살펴볼 필요 없이 ‘무효’라고 판시했다. 
또한 입대의가 2017년 1월경 취업규칙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입수하지 못한 사실 등은 인정되나 B소장이 취업규칙을 고의로 은닉했다고 볼 수 없고, B소장이 해고가 이뤄진 입대의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에 대해 발언했더라도 소명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로써 “B소장에 대한 해고가 무효인 이상 입대의는 B소장에게 B소장이 계속 근무했더라면 받을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해고일 이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2017년 3월경부터 복직할 때까지 매월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B소장의 법률대리를 맡은 한영화 변호사는 “▲상시근로자 4명 이하의 사업장이더라도 취업규칙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됐다면 그에 따라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점 ▲취업규칙이 정한 인사위원회는 그 구성, 심의 및 의결 방식 등에서 입대의와 다른데 이 사건 해고는 취업규칙에 따라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사유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무효인 점 ▲경리수당은 일시적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보기에 부족하고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본 점 등을 종합해 근로자의 해고무효 확인 및 임금 청구가 모두 이유 있어 인용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B소장의 부당징계처분 당시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주관 김학엽 대구시회장은 “B소장은 2015년에는 공청설비와 관련해 대표 일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엄청난 부당간섭을 받게 돼 관할관청에 사실조사를 요청해 부당간섭 회신을 받았으며, 2016년에는 부당징계, 부당해고를 당해 지노위에서 구제신청을 받자 중노위에 제소해 중노위 계류 중 복직됐으나 입대의가 시에 감사를 신청해 과태료 처분 없이 몇 건 지적을 받은 것을 기화로 B소장에 대한 해고 의결을 했지만 2017년 5월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결국 B소장이 승소했다”며 3년 이상을 정신적 충격과 압박, 고통을 받았고 부당징계처분으로 감봉을 당하면서도 끝내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내준 B소장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부당한 처분을 받고 외로이 투쟁하고 있는 주택관리사들을 위해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도움을 줘야 주택관리사들이 정정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조성하고 대주관의 위상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B소장의 고군분투 사례가 각종 부당간섭과 갑질로 인한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