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서 춤추듯 나부끼며, 나무와 지붕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눈송이는 보는 이의 마음마저 포근하게 해준다. 쉼 없이 흩날리는 함박눈은 혼탁한 세상을 순백색으로 물들이는 마법사다. 도시에선 마법이 금세 풀려 흙탕 범벅으로 되돌아가고 말지만, 눈은 잠시나마 우리의 마음을 호강시키는 신비로운 존재다.
서설이 내린 지난 13일, 각지에서 달려온 주택관리사들이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으로 집결했다.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정기총회를 위해 모인 대의원들이다.
인간사가 늘 그렇듯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도 올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이 명멸했다. 
최저임금 문제로 경비원 등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기도 했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입주민들의 지혜로운 해결책 덕분에 별 잡음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관리종사자들의 수난은 오히려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부천에선 외부 공사문제로 여 소장을 무차별 가격하는 동영상이 방송을 타면서 공분을 자아냈고, 인천에선 - 출근시간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승강기가 고장났는데 늦게 왔다는 이유로 여 소장을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폭력은 이미 도를 넘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는 사망사고로 이어지기까지 하는데 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안산에선 동대표 자격도 없는 사람이 지난 8년 동안이나 회장 행세를 하면서 관리업무를 주무르고, 단지의 왕처럼 군림한 일도 밝혀졌다. 관리사무소장이 용기 있게 나서지 않았다면 가짜 회장의 전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선 대주관과 경기도회의 기민한 대처도 돋보였고, 소장은 경기도의회의 표창을 받았다.
인천 송도에선 자신의 차로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은 입주민 사건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주차문제에 대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봄부터 여름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선 폐비닐 수거 거부로 시작된 재활용 대란이 벌어졌다. 한국인의 비닐사용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오명,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과 비닐이 얼마나 큰 공해를 유발하는지를 절감한 사태였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엔 최초의 직선제 선거에 의한 회장이 탄생했다. 공동주택 관리를 주도하는 단체로서 가장 민주적이며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또 싱크탱크 역할을 크게 높여가고 있는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은 ‘아파트 노동자의 현실-우리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책자를 출판했다. 현재 본지에 그 내용이 연재 중인데 소외된 음지의 노동자들을 집중조명했다는 점에서 관리종사자의 노동실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훌륭한 지침서가 됐다. 하성규 원장의 ‘한국인 주거론’ 역시 대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역작이었다.
연초 국토교통부는 2018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무관리대상을 150가구에서 100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고, 후보자가 없는 경우 세입자의 동대표 입후보를 허용한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해를 넘기게 됐다. 게다가 기존 동대표의 중임제한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향후 관리현장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엔 제21회 주택관리사보 762명이 새롭게 탄생했고, 최근엔 유엔 해비타트 행사의 일환으로 개발도상국 도시계획전문가들이 대주관을 방문 견학하기도 했다.
황장전 회장은 총회에서 “1년 전의 굳은 결의를 잊지 않고, 2019년도 지속가능한 발전과 제2도약의 발판으로 만들기 위해 중단 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엄동설한의 깊은 겨울 속에서도 대주관의 동맥이 뜨겁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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