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백 광 섭 부장/기술사
한국시설안전공단

대가산정 기준 현실화, 저가계약 관행 개선 등 필요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폭우로 공동주택의 담장·축대 붕괴, 지하주차장 침수, 인접 도로 땅꺼짐(씽크홀) 등으로 인한 건물 기울어짐 등 공동주택 주변에서 각종 시설물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거나 잠재적 사고위험에 노출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뉴스 등을 통해 접한다. 
최근에도 서울시 가산동의 신축 건축공사장 주변 도로의 땅꺼짐 발생으로 인접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새벽시간에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시설물의 붕괴사고(전도 포함)가 매년 평균 450여 건씩 발생하고 있고, 준공 후 시설물이 오래돼 노후화됐거나 구조적으로 불안전한 소규모 공동주택에서는 작은 외력에 의해 언제든지 시설물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공동주택의 안전사고 예방과 효율적 유지관리를 위해 시설물안전법상 2종시설물인 공동주택에 대해 통상 3년마다 실시하는 정밀안전점검(이하 ‘정밀점검’)이 당초  목적과 달리 형식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부정적 견해가 있어 효율적인 정밀점검 정착을 위해 제도적 보완사항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공동주택 정밀점검 대가산정 기준의 현실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행 공동주택 정밀점검 대가산정 기준인 동별 지상층 전체 연면적(전용면적 포함) 기준을 동별 공용부 면적과 실제 점검이 필요하나 현행 대가기준에서 제외된 부대시설(지하주차장, 옹벽 등) 면적기준으로 대가산정 기준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공동주택의 구조형식(철근콘크리트구조 내력벽식)을 고려해 공용부(주출입구, 층별 계단실, 옥상, 지하주차장, 옹벽·담장 등) 점검, 동별 건물기울기, 지반침하 발생 여부와 필요시 내력벽체 구조변경 가구에 국한해 현장조사로도 공동주택의 구조안전성 확인이 가능하다면, 정밀점검 대가산정 기준을 실제 점검이 꼭 필요한 공용부위 면적기준으로 변경하자는 얘기다. 
대가기준의 현실화는 관리주체의 정밀점검 비용부담을 20~30%가량 줄여 주고, 안전점검업체는 대가기준에서 제외된 부대시설의 점검비용을 받고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은 취약부위 위주의 ‘맞춤형 정밀점검’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정밀점검으로 변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 공동주택 정밀점검 발주 시 관리주체의 최저가낙찰에 따른 저가발주와 수의계약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현행 공동주택 정밀점검 용역계약금액을 분석해 보면, 동별 규모나 가구수에 관계없이 대가기준 대비 평균 계약금액이 3~ 10% (50만~300만원 이하) 이하에서 대부분의 정밀점검 용역계약이 체결된다. 300만원 이하의 점검용역은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상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또한 공동주택의 정밀점검 수행기간(평균 5~10일)이 일반 건축물 정밀점검 수행기간(평균 25~30일) 대비 30% 정도로 유독 짧은 이유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점검업체가 10% 미만의 정밀점검 대가로는 세부지침 기준에 따른 정밀점검을 원칙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통계수치로 해석된다. 정밀점검의 저가발주와 수의계약으로 인한 부작용은 안전점검업체의 영업 속성상 기업의 이윤창출을 극대화하고자 인력투입과 점검기간을 최소로 줄여 결국 형식적인 정밀점검보고서를 납품하게 된다. 불성실한 정밀점검은 공동주택의 안전등급을 왜곡하고 정밀점검 결과의 신뢰성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저가발주나 수의계약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가기준의 현실화와 더불어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5조에 따른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상의 공사 및 용역 사업자 선정 시 수의계약이 가능한 300만원 이하 공사 및 용역 등의 대상에서 ‘건축물 안전진단’은 원칙적으로 제외토록 관련 규정의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 정밀점검용역을 발주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주택관리사 등의 기술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입대의나 위탁관리업체와 상담해 보면 정밀점검의 목적, 조사항목, 점검내용 등을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 관리주체가 그리 많지 않다.
관리주체의 기술수준이 낮고 정밀점검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관리주체는 정확한 용역 발주나 정상적인 감독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관리주체의 기술역량 강화를 위해 2018년부터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주관하는 주택관리사 보수교육에 ‘공동주택 건축물 점검 및 평가’ 과목을 개설해 정밀점검의 실시목적, 조사항목, 보고서 검토사항 등 기술교육을 통해 주택관리사의 기술역량 강화와 감독기능 향상을 꾀하고 있다.
네 번째로 공동주택 ‘정밀점검’의 실효적 점검을 위해서는 구조안전점검 체계에서 ‘성능평가점검’으로 정밀점검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예컨대 정밀점검 범위를 구조안전성 점검과 더불어 기계·전기설비의 노후도 평가를 포함한 ‘성능평가점검’으로의 확대 개선이 필요하다. 
공동주택은 구조특성상 천재지변 등 특별한 외력작용이 없다면 준공 후 구조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이 거의 없는 시설물이다. 오히려 준공 이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각종 기계·전기설비 노후로 인한 시설물의 기능저하가 관리의 관건이다. 
따라서 공동주택 정밀점검 시 구조안전 확인과 기계·전기설비 노후도 평가를 통해 기능회복이 필요한 설비분야에 대한 점검결과 등을 토대로 보수시기와 보수 우선순위 등을 전문가가 제시해 준다면 관리주체의 유지관리 업무수행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동주택 ‘정밀점검’ 결과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정밀점검 보고서 제출형식을 현행 텍스트 문서에서 전자문서정보시스템으로 전환을 꾀하면 어떨까? 
이미 의료계에서는 병원 간 ‘의료진료전송시스템’을 통해 MRI(자기공명영상촬영)나, CT(컴퓨터단층촬영)와 같은 영상검사결과 등 일부 진료기록 공유가 가능하도록 법제화해 시행 중이다. 의료체계와 유사한 시설물 안전진단분야에도 통일된 전자문서정보시스템 체계를 도입해 점검보고서를 작성하고 각종 장비조사 데이터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통합된 전자문서정보시스템 체계를 통한 보고서 작성 구현과 점검결과의 데이터 입력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점검결과를 확인하고, 점검기관이 바뀌어도 전자정보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점검결과의 연속성과 지속가능한 점검이력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 나아가 정밀점검 보고서의 복제, 허위 작성, 장비조사의 진위 여부 등 부실점검의 사전적 예방효과도 꾀할 수 있다.   
시설물의 안전은 어떠한 경제적 논리나 이해당사자 간 협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국민 모두는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시설에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길 원한다. 안전한 주거시설을 공유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정밀점검의 질적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공동주택의 노후화로 인한 취약부위의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이제라도 정밀점검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비할 이유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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