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87>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풍선효과(Balloon Effect)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규제라는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당하는 쪽에서는 규제가 없는 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을 강제하니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규제를 벗어나거나, 세입자가 많아지니 관리비 변동이 큰 수선유지비보다 장충금을 사용하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 규제로는 풍선효과를 해결할 수 없다
성경을 보면 인간은 생육하고 번성해 땅을 정복하고 땅과 바다와 하늘을 다스리도록 하는 권세를 받았는데 인간이 스스로 인간을 규제하기 시작하고 더 많이 저장하려고 하면서부터 온갖 문제가 생기게 됐습니다. 출애굽을 하면서 광야에서 받은 만나와 메추라기는 하루가 지나면 썩어버리고, 수렵시대에도 고기를 오래 두고 먹기 힘드니 적절하게 나눴는데 1년에 한 번 수확하는 농경시대부터 식량의 장기간 저장이 가능해지면서 분배가 불균형을 이루게 됐습니다. 어떤 사람은 “3인 이상이 모인 사회에서는 힘이 센 한사람은 군림하고 눈치 빠른 사람은 아부하며 약한 사람은 두 사람을 먹여 살리는 구조가 된다”고 하면서 인간의 욕심이 낳은 구조적 모순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인간은 규칙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규제가 미치지 않는 방향을 찾아 이익을 유지하려는 편법을 쓰게 됩니다.

2. 소신과 고집은 다르다
수렵시대에는 혼자서는 사냥을 하기 어려우므로 공동작업을 하고 농경시대에는 힘을 모으면 편하니 두레가 발달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과 기계, 자본과 노동으로 나눠지면서 인간관계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됐으며, 주택도 단독주택이 공동주택이 된 후 ‘공용’의 유지관리를 위해 전문가가 필요하게 됐고 입주자 150명 이상이 모두 모여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우니 동대표라는 대의제 의결 기구를 두게 된 것인데, 문제는 인간의 능력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어려운 사법시험을 합격해도 사법연수원 성적에 따라 판·검사가 될 기회를 먼저 주는 것처럼 줄 세우기는 인간사회에서 필수적인데, 동대표나 관리소장, 관리회사도 각각 그 능력이 다릅니다. 문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소신이 고집으로 변할 때입니다. 더구나 그 고집이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100만명이 항변하면 대통령도 파면시키는 사례를 우리는 봐 왔습니다. 고집은 혼자 망하지 않습니다.

3.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동대표들은 “관리소장이 모두 정직하고 유능한 것은 아니며 관리회사는 작은 위탁수수료 수입에 목숨을 걸고 있으니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울 기회를 달라”며 중임제 폐지를 주장하고, 관리소장들은 “직업동대표의 폐해가 크다”고 주장하며 반대해 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보급률과 세입자 비율이 동시에 증가해 더 이상 소유자만으로 입대의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임제를 완화하는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 나쁜 소신은 엉뚱한 고집을 만듭니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 장기수선계획의 금액보다 2배 이상의 공사비를 지출했고 계획항목에 없는 공사를 장충금으로 사용했다며 주택관리업자에게 장충금 용도 외 사용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했는데, 법원은 입대의의 의결이 있었다거나 관리소장이 관리회사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것도 관리회사에 대한 면책이 되지 않는다며 영업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의결과 집행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는 회사는 자다가 날벼락이라며 항소했다고 합니다. 용도 외 사용을 의결하면 재심의를 요구해야 하고 다시 그대로 재의결한다고 위법성이 제거되지 않으니 이때는 집행을 거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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