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경비용역계약서 명칭 등이 도급계약으로 기재돼 있더라도 계약내용을 살펴 위임계약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2016나25419 판결)

최승관 변호사의 쉽게 푼 노동법 판례 해설 (16) 최승관l승인2018.10.24 13:42:00l10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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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비회사의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계약해지 무효확인 및 손해배상 청구

원고는 김해시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시한 경비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에 참가해 경비용역업체로 선정됐다. 그런데 위 입찰에 참가했던 다른 업체가 위 입찰결과에 불복해 김해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업체는 김해시로부터 ‘위 입찰은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으며, 이 업체는 입대의를 상대로 낙찰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무변론 승소 판결)
이에 입대의는 원고 회사에 내용증명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에 원고 회사는 주위적으로는 입대의의 계약 해지 무효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만약 계약 해지가 유효라면 부당한 계약 해지로 인해 원고 회사가 이 사건 계약으로서 얻을 수 있었던 신뢰이익(예상순이익)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 경비용역계약의 법적 성질-‘위임’

가. 경비업법은 경비업을 ‘각종 경비업무를 도급받아 행하는 영업’이라고 규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비업을 도급으로 파악하고 있고, 이 사건 계약도 ‘경비도급계약’, ‘도급인’, ‘수급인’, ‘도급금액’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 계약의 법적 성질은 당사자가 붙인 계약서의 명칭이나 형식, 용어 등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그 계약내용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의 법적 성질은 도급이 아니라 위임이라고 판단했다.
나.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은 원고 회사가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한 경비대상시설 및 장소에서의 도난, 화재, 기타 혼잡 등으로 인한 위해 발생을 방지’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지만, 원고로서는 그 목적 달성 여부를 불문하고 경비업무를 수행하면 매달 일정한 보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어떠한 일의 완성’이라는 도급적 요소보다는 ‘일정한 사무 처리의 위탁’이라는 위임적 요소가 더 강하다.
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원고는 경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를 경비원으로 배치해야 하고, 경비원의 근무태만 등이 있는 경우 경비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입대의는 입찰공고나 이 사건 계약에서 원고가 고용해야 할 경비원의 직책 및 인원수, 근무시간까지 정하고 있는 바, 이 사건 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정한 일의 완성을 위해 어떠한 노무를 제공하는지가 수급인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도급계약과 달리 입대의가 원고에게 경비업무의 수행방법 등에 관해 광범위한 지도·감독을 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라. 위임계약상 수임인의 복임권 제한(민법 제682조)과 유사하게 원고는 입대의의 승인 없이 계약상 권리·의무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계약상 업무를 하도급할 수 없는 점, 원고는 입대의의 요구대로 일일 경비상황 등에 관한 경비근무일지를 유지해야 하고, 계약상 경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일체의 권한을 입대의로부터 위임받으며,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경비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바, 이는 수임인의 보고의무(민법 제683조), 선관의무(민법 제681조) 등의 내용과 유사하다.
마. 위임계약 해지의 자유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위임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됐다.

3. 위임계약의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민법 제689조 제1항),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하며(민법 제689조 제2항), 이때 배상의 범위는 위임이 해지됐다는 사실로부터 생기는 손해가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해지됐더라면 입지 않았을 손해에 한한다.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①입대의로서는 낙찰자지위확인소송의 판결 결과에 따라 제3의 업체와 새로 경비업무계약을 체결해야 할 사정에 처한 바, 이는 원고와 체결한 이 사건 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점 ②입대의는 2016. 5. 31. 원고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2016. 6. 30.자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고, 위 통보는 같은 날 원고에게 도달한 바, 이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해지 절차에 따른 것으로 입대의의 해지통보 후 해지의 효력 발생까지 1개월의 여유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입대의의 이 사건 계약 해지는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것이고, 달리 이 사건 계약 해지가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행해졌다고 볼 증거가 없다.

정  리

이 사건의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회사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체결한 이 사건 경비용역계약의 성격은 민법상 위임계약이라고 평가했고, 그에 따라 입대의가 한 이 사건 계약의 해지는 유효하다고 판단해 원고 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며, 원고 회사가 상고하지 않아 고등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부산고등법원 2016나25419 판결)
현재 관리실무에서 청소 및 경비용역계약의 성질이 도급이냐 위임이냐 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이 많은데 법원의 판단은 이 사건과 같이 계약의 명칭과 관계없이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탁’인 위임의 성질을 갖는다고 보는 경우가 우세하다.

최승관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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