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82>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공동주택 관리로 인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대법원은 위탁관리를 ‘민법상 위임’이라고 해석하고 있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용역(도급)으로 인식해 135㎡ 이상 아파트는 관리직원의 인건비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관리를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사업자 선정지침에서 위탁수수료 최저가 입찰로 했다가 어정쩡하게 ‘입찰항목’의 대상이 없는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을 입찰가격으로 정하고 있으니, 관리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입주자 등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책임의 주체는 누가 돼야 하는 것일까요?

1. 위임의 수임인과 본인의 대리인은 다르다
위임계약의 수임인(受任人, accepter)은 일정한 업무를 위임 받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서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고, 위임인의 승낙이나 부득이한 사유 없이 제3자로 하여금 자기에 갈음해 위임사무를 처리하게 하지 못하며 위임종료 때라도 급박한 사정이 있는 때는 위임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사무의 처리를 계속할 의무가 있습니다. (민법 제681조 내지 제691조) 대리인(代理人, agent)은 본인을 대신해 의사표시를 하는 제도이므로 대리인은 본인의 의사를 단순히 전달하는 사자(使者)와 다르며 대리인의 행위는 법률효과만이 본인에게 귀속하므로 대리인의 불법행위 책임은 본인에게 귀속되지 않고 대리인의 책임인데, 공동주택관리법은 행위자와 책임을 지는 사람을 민법의 제도와는 다르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2. 주택관리업자는 수임인이지만 관리소장은 대리인이 아니다
주택관리업자는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는데, 공동주택관리법은 주택관리업자가 무자격자에게 업무를 시키거나 직접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주택관리사인 관리소장에게 업무를 지휘·총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관리소장이 업무를 처리하면서 불법행위를 했을 경우에도 처벌대상은 관리주체로 규정해 관리소장이 관리주체의 대리인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 관리소장이 입주자 등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이를 배상하도록 보증보험이나 공제가입, 현금을 공탁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무엇인가 논리가 이상합니다. 입대의는 위임계약에 따라 관리주체에게 수임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관리소장의 손해배상 당사자는 입대의가 아니라 ‘입주자 등’으로서 관리소장은 위임인인 입대의의 수임인도 아니고 관리주체의 업무를 지휘·총괄하면서도 불법행위 책임은 지지 않으니 대리인도 아닌 이상한 지위에 있게 되고 단지 구상책임을 질 뿐입니다.

3. 관리주체는 직접적인 손해배상 주체다
주택관리업자는 위탁계약을 하면서 계약금액의 10%를 계약보증금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당 평균 6원인 위탁수수료의 10%의 계약보증만으로 관리업무 수행 중 발생하는 인적, 물적, 금전적 손해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관리소장이 입주자 등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가입하는 보증보험이나 공제 5,000만원은 관리주체가 우선 배상하고 구상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자가 아닙니다. 물론 입주자 등이 관리소장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되지만 책임을 묻기 쉬운 관리주체를 두고 관리소장에게 직접 청구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우며,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소장을 행위책임자로 규정하면서도 불법행위 책임은 관리주체에게 묻고 민법은 수임인인 관리주체를 손해배상의 당사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리소장은 실질적인 구상책임에 대해 불만이 있고, 관리주체는 우선배상에 볼멘소리를 하니 행위책임자가 보험료를 부담하고 관리주체의 명의로 보험을 가입해 직접 배상함으로써 구상 없는 배상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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