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事 논 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일반인들에게 정치경제학이라는 용어는 생소하다. 이 글에서 정치경제학이란 경제활동과 정치활동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야기되는 일련의 문제를 논의하고자 사용한 것이다. 
왜 서울 아파트는 정치경제학적 논의가 필요한 것인가? 첫째, 서울 아파트 특히 강남아파트는 한국사회의 첨예한 정치적·경제적인 핵심이슈다.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경우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제일 먼저 서울 강남지역(강남, 서초, 송파구)이 거론된다. 주택에 대한 투기가 성행할 우려가 높은 지역에 대해 정부가 지정해 투기 억제를 위해 관리하는 지역이다. 투기지역은 기획재정부의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 투기과열지구는 국토교통부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각각 지정한다. 
최근 성남 분당구(7.14%)는 올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종로구(2.58%) 보다 집값이 세 배 가까이 올랐지만 6, 7월 상승률이 주춤했다는 이유로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올해 집값 상승률 전국 1위인 성남시 분당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지정 요건과 방식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시장을 겨냥한 강성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은 “투기 수요를 규제하되 필요하다면 강력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것을 정부가 강력히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아파트 규제책이 핵심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둘째, 서울의 아파트는 투자재다. 아파트는 누구나  익숙하게 접근 가능한 재테크 수단이다. 그리고 아파트 소유자는 본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길 바란다. 이런 아파트 투자, 재테크 등 아파트시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정보를 알려주는 서적이 한두 권이 아니다. 갭 투자 관련 책에서는 1,000만~3,000만원으로 내 집 마련과 임대사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투자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갭 투자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익(gap)을 투자해서 나중에 매매가격이 상승하면 시세차익을 얻고자 하는 아파트 투자형태다.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배경에는 이 갭 투자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셋째, 지방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투자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서울 아파트가 거주 목적보다는 투자재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인식 때문이라 판단된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한다면 서울 아파트 수요 및 공급정책은 지방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투자의 향후 비중 여부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흔히 정책당국자나 학자들은 서울의 아파트 멸실 호수(재개발, 재건축 등)와 아파트가 새로 공급되는 호수를 기준으로 아파트 시장 동향예측과 시민주거안정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 거주자들의 아파트 투자가 서울 아파트 가격변동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가는 면밀히 분석되지 못하고 있다.
넷째, 똑똑한 한 채 아파트 선호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하고 특히 강남 3구의 거래량이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강남 3구에 똑똑한 아파트 한 채(비싼 한 채)를 소유하려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실거래가 9억원 초과 주택의 거래량이 증가추세다. 9억원 고가주택으로 분류돼 취득세율이 3.3~3.5%(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로 9억원 이하의 1~2%대보다 높다. 특히 1가구 1주택 요건을 갖춰도 9억 원 초과 양도차익에 대해선 양도소득세를 물게 된다. 
똑똑한 아파트 한 채 선호 현상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와 연관해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만일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는 더 빠른 속도로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것이다. 서울시가 용산 및 여의도 일대 통합개발 계획을 내놓자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시 전역의 아파트 값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의 아파트는 투자재이자 정책의 핵심영역이다. 실물경제를 분석하고 안정적 사회경제발전을 다루는 정책당국자나 연구자들은 물론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의 입법과정에서 서울의 아파트가 지닌 정치경제학적 특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해결 대안모색과 제도개선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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