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박 응 구  대표이사
코리아엘리베이터컨설팅(주)

 


늘어만 가는 승강기 하자, 올라타기 불안한 승강기, 갈수록 잃어가는 승강기 업체의 신뢰,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인가? 
승강기 업계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도 속에서 방향키를 놓친 배와 같이 길을 잃은 듯한 형국이다. 
1990년대에 처음 제정된 승강기 검사기준이 한 해에도 몇 차례 개정돼 보강에 보강을 하는데도 그 실효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승강기 하자와 사고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승강기 밀도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 
코리아엘리베이터컨설팅(주)에서 조사한 승강기 1대당 인구수 추이를 보면 2009년 114.1명당 1대의 승강기가 설치된 이후 계속 1대당 인구수가 감소해 지금은 70.5명 당 1대의 승강기가 설치돼 38.2%가 감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민들의 승강기 이용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승강기에 대한 관심도와 요구 수준이 증가했지만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승강기 성능과 품질로 인해 불만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영향에 한국의 승강기 전체 대수(73만1,825대) 중 53.7%(39만2,844대)를 차지하고 있는 공동주택은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라 내가 소유한 아파트의 자산 중에 일부라는 개념이 더해져 승강기 하자나 사고를 접하게 되는 입주민은 당연히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과거에는 무관심했던 승강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관련 사고가 이슈화되는 이유는 하자의 증가로 인한 영향도 있다. 거기에 1990년대에 설치한 엄청난 수의 승강기가 교체 주기인 20년 이상이 돼 교체대상 승강기가 급증하는 것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IMF 이후로 승강기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당시 승강기를 만들던 대기업들은 주력분야를 살리거나 접기 위해 짭짤했던 승강기 사업 분야를 다국적 기업들에 팔아야 했다. 당장 현금으로 돌릴 수 있는 우량 계열사 매각만이 살길이었다. 
이렇게 해서 오티스(미국)와 티센크루프(독일), 미쓰비시(일본), 쉰들러(스위스), 코네(핀란드) 등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LG산전과 동양, 중앙엘리베이터 등 알짜배기 국내 승강기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손쉽게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국내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른 다국적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부품생산 거점을 옮기고, 기술 인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품단가가 비싸고 기술측면에서도 어정쩡했던 국산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창원 L사의 승강기 공장이 문을 닫았고 수백 개의 외주업체들도 볼링 핀처럼 쓰러졌다. 수십 년 동안 정든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직원들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 관련분야 부품이나 보수회사를 차렸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300개 정도에 불과했던 승강기 기업들은 이제 1,000개로 불어났다. 
한정된 시장에서 기업들만 늘다 보니 과잉경쟁으로 승강기 보수료는 점점 떨어져 최근에는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든 상태로 전락했다. 중소 부품회사들은 판로가 힘들어져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대기업 하청에 의존해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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