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한 동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수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서 사용될 수 있는 건물’ 집합건물의 사전적 의미다.
덩어리는 하나지만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독자적으로 사용되고, 주인도 제각각이어서 소유자가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이 될 수도 있는, 조금은 복잡한 건물을 말한다. 여기엔 아파트형공장, 오피스텔,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대부분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는 조금 독특하다. 일정규모 이상의 아파트는 따로 분리해서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란 이름을 달고 있더라도 규모에 따라 적용되는 법규가 달라지는 것이다. 건물관리 전문용어로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아파트를 ‘의무관리’단지라 하고,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 소규모 아파트들을 ‘비의무관리’단지라 부른다.
이로 인해 생기는 오해도 적지 않다. 한 두 사람의 주민대표가 고지서내역도 없이 관리비를 걷고, 아무렇게나 쓰는 등 어이없는 행각을 벌이는 아파트는 거의 ‘비의무’라고 보면 틀림없다. 또 관련법을 무시하고 임시방편식 땜질공사를 벌이는 관리사무소장이 있다면 이 역시 비의무단지의 주택관리사 자격이 없는 소장일 확률이 매우 높다.
소규모 아파트는 워낙 영세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번듯한 초현대식 건물에 대단위 가구가 들어가 있는 오피스텔에서 벌어지는 주먹구구식 관리행정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인 곳이 많다. 관리비에 이상한 항목을 넣어 수십 억원을 걷고도 막상 그 행방이 오리무중인가 하면, 수억원대의 공사를 벌이고도 시방서 등 구체적인 자료나 내역서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피스텔 특성상 세입자의 비율이 높아 무관심과 무감각 속에 더욱 어두운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를 더 보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더욱 이상한 것은 공동주택관리법은 국토교통부가, 집합건물법은 법무부가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관리나 주거복지 전문부서인 국토교통부가 아닌 법무부에서 소규모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등을 관장하고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그래서 법무부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비의무 단지들이 더 소외되고 방치돼온 것 아니냐는 비판적 관점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법무부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하다. 법무부는 서울시와 함께 ‘집합건물법 개정을 위한 현장 정책간담회’를 지난 16일 개최했다. <관련기사 1면>
서울하우징랩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는 법무부의 집합건물법 개정 과정에서 현장의 법률수요자 및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법률 개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년 전부터 오피스텔을 비롯한 비의무관리 단지들의 비리가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이들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입주민 과반수 동의’로 관리규약을 제정하고, 동대표를 뽑아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며, 위탁관리나 자치관리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입주민들이 자기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여기에 주택관리사들이 전면적으로 영입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렇게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움직임들은 대부분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적용법인 집합건물법 규정과 다르기 때문이다. 답답한 일이다.
법무부 박상기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간담회에서 법 개정에 한목소리를 냈다.
음지의 비의무관리 단지들이 하루속히 투명한 양지로 올라오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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