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최근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와 더불어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더 편리하고 경제적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편 여러 사람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살아가는 형태도 새로운 주거트렌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대 공존형 주거의 형태를 보자. 일반적으로 알려진 세대 공존형 주거는 부모세대와 결혼한 자녀세대가 한 주택에서 함께 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대가족제도란 ‘3대 이상의 부모와 그들의 기혼자녀들’이 함께 거주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러한 대가족제도의 장점으로는 가정 해체가 쉽지 않으며 가족구성원 모두가 서로 의지하며 심리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리고 노인문제 발생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의 가족형태는 출산 저하로 인한 자녀수 감소나 가족 해체와 같은 문제들로 인해 핵가족이 일반화돼 가고 있다. 2014년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가구주 부모와 배우자 부모를 부양하면서 함께 거주하고 있는 가구수는 전체가구의 4.9%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부모세대들이 자녀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는 비중이 약 73%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세대통합형의 가족형태는 줄어들고 가구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가구분화와 핵가족화는 가구수 증가를 가져와 주택의 수요를 증가시키게 되며 특히 홀로 사는 노인의 경우 고독사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가져오기도 한다. 만일 세대통합을 통해 부모와 기혼자녀 세대가 함께 거주할 경우 젊은 층의 주거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손주 돌봄 등의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세대 공존형의 주거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주택구조의 변경, 즉 복층형이나 세대분리형의 주택구조가 필요하다. 집은 한 채지만 출입구가 구분되고 생활 공간이 각각 구분되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자, 일본의 경우 이미 미래 주거트렌드를 예상하고 다양한 접근방법을 시도해 왔다. 2세대 주택으로 30~40대 독신 자녀와 부모가 함께 거주하는 경우,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와 노인 부모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경우를 생각해 다양한 주택을 설계 및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의 근거는 노인세대는 자녀가 함께 거주하거나 가까운 곳에 거주함으로써 정신적 안정을 얻고 손주도 자주 만나거나 돌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동시에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는 필요한 경우 어린 자녀를 부모님에게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같은 공간에서 살아갈 경우 상호 불편과 부담을 느낄 수 있어 공간적으로 분리 독립형의 세대공존 주거를 구상한 것이다.
도쿄도 히노(日野)시에 위치한 세대공존형 주택 ‘유이마루(ゆいま~る)’를 주목할 만하다. 고령자들이 20~30대 젊은 층과 교류하면서 활력을 찾고 젊은 층은 저렴한 주거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발상이다. 고령자 아파트 2개동과 젊은 층이 거주하는 아파트 3개 동이 차례로 늘어서 있다. 3개동 중 1개 동은 30대 직장인 부부가 거주하는 아파트, 나머지 2개동은 20대 학생들이 한 집에 3~4명씩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다. 이 주거단지는 그야말로 노인과 젊은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소셜믹스(social mix) 형태다. 다양한 이벤트가 있어 젊은이와 노인 간 접촉과 교류가 촉진되고 있다. 
독일 역시 노인세대와 청년세대가 함께 사는 공동주거개념으로서 ‘다세대하우스(mehrgenerationenhauser)’를 들 수 있다. 이는 연방정부 주도의 프로젝트로서  한 건물 아래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공동체적 주거형태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통합된 다세대가 어울려 살아가는 형태로 이러한 주거형태의 장점으로는 젊은 부부에게는 노인들의 어린이 돌봄 편리성, 그리고 각종 편의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함으로써 매우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우나, 주차 공간, 피트니스 등 시설을 공유한다. 노인은 병원, 쇼핑 등을 할 때 젊은 층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은 특히 노인의 외로움을 해결하고 젊은 층의 자녀교육 등 과거 대가족 형태에서 나타나는 좋은 점을 극대화하려는 발상이다.
세대공존형 주거에는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와 노인 부모세대가 함께 거주하기를 원한다면 주거정책의 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택관련 세제지원, 저리의 주택구입자금 지원 및 건축자금 지원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세대공존형 공공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주거정책의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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