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

 

지난해 12월 경비원들이 야간휴게시간에 별도의 휴게공간이 아닌 근무초소에서 가면을 취한 것을 비상상황을 대비한 ‘대기시간’으로 보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었다고 판단해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관련기사 제1054호 2017년 12월 20일자 게재)가 나온 이후, 근로계약서상 부여하고 있는 주간 5시간의 휴게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경비원들에게 이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하급심 법원의 판결이 또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민사4단독(판사 안지열)은 최근 부산 남구에 소재한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A씨 등 6명(이하 원고들)이 경비용역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B사는 원고들에게 총 4,200여 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들과 B사가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24시간 격일제 방식으로 근무하되, 1일 24시간 중 야간 휴게시간 외에 주간 5시간의 휴게시간(11시~13시 30분 및 17시~19시 30분)을 갖도록 기재돼 있다. 하지만 원고들은 주간 휴게시간에 근무를 했음에도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고들은 B사 대표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하기도 했으나 불기소처분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지난해 12월 선고한 대법원 판례(2014다74254)를 참조해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며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B사는 2015년 9월 말경까지 원고들에게 주간 휴게시간 동안 경비초소에서 근무하게 했고, 원고들은 주간 휴게시간 동안 B사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휴식 또는 수면을 취하는 등으로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받지 못하고 정상적인 근무시간과 마찬가지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 아파트의 2015년 9월 16일자 경비근무일지에는 관리사무소장의 지시사항으로 ‘입대의에서 결정되는 대로 휴게시간(일 5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를 강구할 것임’이라고 기재돼 있고, ▲입대의는 9월 17일 경비원의 휴게시간이 10월 1일부터 (정문의 경우 점심 12시~13시, 석식 14시~17시 30분, 수면 23시 40분~5시, 후문의 경우 점심 10시~14시, 석식 17시 30분~18시 30분, 수면 24시~5시로) 변동되고 이로 인해 추석 명절 이후 정문초소는 오후에, 후문초소는 오전에 비워진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9월 18일자 경비근무일지에는 입대의 회장의 지시사항으로 ‘휴일(추석) 연휴 후 일 5시간 휴게시간 실시할 것’이라고 기재돼 있고, 2015년 10월 1일부터 경비원의 휴게시간이 기재돼 있는 푯말이 경비초소에 게시됐다며 기존에 원고들에게 주간 휴게시간을 실제로 보장했다면 경비근무일지에 이 같은 내용이 기재돼 있거나 입대의가 이 같은 결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B사 측 임원과 입대의 회장은 관련 형사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입대의에서 휴게시간을 변경한 것은 정문과 후문 경비초소의 휴게시간이 같아 동시에 비워지면 안 되기 때문에 시간대를 조정했다’고 진술한 것을 보더라도 경비원들의 주간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다가 2015년 10월 1일경부터 휴게시간을 보장하려다 보니 정문과 후문 경비초소의 주간 휴게시간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해 이를 조정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변경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경비초소마다 2명이 24시간씩 교대로 근무했고 별도의 휴게공간이 없었으므로 원고들은 휴게시간에도 경비초소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주간 휴게시간에는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이 다른 때보다 상대적으로 많았을 것이고, 경비원들은 2015년 9월 말경까지 주간 휴게시간에도 경비초소에서 입주민들의 택배를 수령해 보관했다가 입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장부를 작성하기도 했다면서 원고들에게 주간 휴게시간을 보장했더라도 원고들은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B사는 총 4,200여 만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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