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정책기획국 김기철 팀장

공동주택은 개개인의 이해 전부 충족할 수 없어
적법한 이의제기 절차 준수 필요성 받아들여야
사후처벌 대신 ‘직무보호법’ 등으로 예방 필요


아파트 종사자에 대한 폭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입주민과의 접촉이 많은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폭행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관리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주택관리사에 대한 폭행, 폭언이 자행되기도 한다. 
최근 1년 사이의 폭행사건 기사만 해도 춘천지역 아파트의 주차문제로 경비원 폭행(2017. 4. 28. 강원도민일보), 서울 강남 고급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욕설 및 종놈발언(2017. 7. 20. SBS 뉴스), 술에 취해 경비원을 집합시켜 훈계를 하고 폭행한 인천 사건(2018. 2. 9. 경인일보), 폐비닐문제로 경비원 폭행(2018. 4. 2. KBS), 여성 관리사무소장과 관리과장 폭행(2018. 3. 21. 본지), 서울지역의 관리소장 폭행 사건(2018. 4. 11. 본지) 등이 있었다. 
이외에도 10여 건의 언론 보도와 함께 언론 노출에 따른 신분상의 불이익을 우려해 비공개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소개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 할 수 있다.
협회에서 그동안의 사건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상기의 폭언, 폭행 등의 배경에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거나 불편을 끼쳤다는 불평·불만에 따른 폭언·폭행과 둘째 ‘내가 월급을 주니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다.
따라서 공동주택 내에서의 폭력 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위의 두 가지 문제의 해결이 선결과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문제에 관해서는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주체와 입주민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주택은 공동 주거공간이라는 특성상 의사결정이나 행동에 일정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에는 많은 이해의 충돌이 발생한다. 따라서 의사결정주체인 입대의는 이 이해충돌 사안에 대해 과반수 이상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의사를 결정하게 된다. 
또한 관리주체는 결정된 의사에 따라 업무를 집행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서 소수자의 기본적 권익을 제한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범위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수자에 해당하는 이해당사자, 의결기구, 관리주체와의 충돌이나 분쟁이 발생하고 심지어 폭언, 폭행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 주체의 역할은 무엇일까? 
먼저 입대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수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공동의 이익 실현을 위해 소수의 권익이 제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관리주체는 의사결정 과정이나 결과를 입주민 모두가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중간매개자의 역할에 힘을 쏟고, 만일의 경우 있을 수 있는 다수의 권익보호를 위해 부득이하게 소수의 권익이 제한되는 사례(승강기의 유지관리를 위해 1층 가구에서도 장기수선충당금을 징수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가 있는 경우, 이를 충분히 안내(인터넷 홈페이지나 게시판 등을 통한 지속적 홍보)하고 양해를 구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입주민 각자는 공동 주거공간이라는 공동주택의 특성을 감안, 나만의 이해를 100% 충족시키는 의사결정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의사결정 과정에 불만이 있는 경우 제도 내에서 인정하는 정당한 이의제기절차를 거쳐 나의 의사를 반영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 각 주체가 공동주택 내에서 주거생활이나 봉사활동 등을 영위해 나갈 때 이러한 공동주택의 기본적인 전제를 받아들이고 함께 생활해 나간다면 위 사례 중의 대다수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급여를 주는데 이 정도는 참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는 비단 공동주택 내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공동주택 외에도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여기에 ‘급여’ 대신에 ‘인사평가’를 대입하면 직장 내의 문제로 일반화되고, ‘우월적 지위’와 ‘남녀의 문제’를 대입하면 요즘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이 되는 것이다. 소위 ‘갑질문제’인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우리 제도의 개선이나 구성원 각자의 인식의 전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동주택관리법에는 부당한 지시나 명령 금지 조항이 있지만, 이는 열악한 위치에 있는 직업인 모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유명한 말이 있다. 원래 정가에서 사용된 말이지만 같은 문제여도 주관성의 개입 여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로 이해된다. 
우월적 지위도 마찬가지다. 내가 당할 때는 부당하지만, 가하는 입장이 되면 그만한 이유를 우리는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악습의 고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환경을 변화시켜야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이 환경은 법률로 규율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이 문제를 발생 후 처벌하는 형법의 대상으로만 방치하지 말고, 먼저 특별법으로서 직업인 또는 직장인 고유의 업무영역이 외부의 영향에 침해받지 않고 본연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직무보호법’을 선언적으로라도 제정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슈화된 계기를 상징하는 ‘미투법’으로 하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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