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기 택 관리사무소장
서울 강남구 거평프리젠아파트

 

오래전 일본에 갔을 때 토요일도 쉬는 주 5일근무제가 참 낯설어 보였는데 이제는 너 나 할것 없이 주말 이틀을 쉬는 것은 물론 주 4일제까지 거론되니 격세지감이 듭니다.
아파트는 그렇게 된 지 몇 년 남짓하지만, 아직도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간간이 교대근무인 곳을 볼 수 있습니다.
간혹 주말에 지방 등산 등을 갔을 때 배관 누수나 단수가 됐다고 해서 마음 졸이며 부리나케 아파트에 와서 복구시키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일상의 평안함을 새삼 귀하게 느끼곤 합니다. 
요 몇 년 사이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가끔은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기도 해 우리와 같은 관리자들이 휴가를 만끽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7월 중순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천 시내가 물바다가 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린 날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 장봉도에 갔습니다.
도착해보니 오히려 날이 개서 해는 쨍쨍 나는데, 아마 집중호우가 올 것을 지레 짐작하고 일정을 취소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배도 텅 비고 갈매기만 눈에 띄는 것 같았지요. 더운 날씨에 트래킹을 마치고 가까운 곳에 들른 해수욕장은 마치 목욕탕처럼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것 같은 기분에 나오기 싫을 정도로 편안했습니다.  
저는 마침 그 지난주에 부산 송도, 광안리 해수욕장을 다녀온 터라 송도에 새로 생긴 케이블카와 바다 유리길을 걸었는데 그보다는 바다 속이 더 좋았고, 장봉도에서 해수욕했던 기분을 한참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한때 광안리 근처에서 근무할 땐 출퇴근 시 여름 내내 산책하듯이 수영을 하곤 했지요. 또한 근처 방파제에 펼쳐놓은 갓 잡아 온 해산물을 사다가 먹곤 했던 기억도 있어서 부산을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시시때때로 들기도 합니다.xq
어쨌든 지역마다 산행 동호회 모임이 있어서 이 무더위에 계곡이나 바다를 찾을 기회가 있을 텐데, 일전에 강산모 등산모임(구산회원 포함)에 참석해 관악산 문원폭포를 간 적이 있습니다.
멀지 않은 문원폭포의 이름 그대로 널찍한 바위를 타고 쾌청하게 쏟아지는 물소리와 함께 연못처럼 어우러진 시원한 곳에서 서로 물을 뿌리고 물로 대항하면서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미운 사람도 예뻐 보일 정도로 저절로 웃음꽃도 피고 무아지경이었지요. 
요즘은 대기업 등에서 연차 일수만큼 휴가를 다 쓰도록 하는 추세고 일부 아파트에서도 연차수당 대신 휴가로 대체한다는 곳도 있다지만, 인원이 한정돼 있는 아파트에서는 어려움이 있지요. 그리고 시간을 내서 해외로 나가는 것도 좋지만 동해안과 부산 등 우리나라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도 실제 가보면 호젓하고 구경할 것도 많음을 새삼 느끼며, 기회가 되면 다음으로 미룰 것도 없는 욕심으로 계곡이나 가까운 해안가를 다시 한 번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잠깐 짬을 내 각자 취향에 맞는 계곡과 산천 그리고 해안가에서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보내는 여름휴가는 올해를 살아가는 보양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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