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기피 입주민과 자격상실에도 버티는 동대표
극심한 양극화 - ‘소수 집중 아닌 다수 참여’가 돌파구

[긴급기획] 동대표 임기제한 완화, 무엇이 문제인가 <3>에필로그-과거 회귀가 답인가 이경석l승인2018.07.02 15:19:11l10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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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모 아파트에선 지금 이해하기 힘든 입주민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중 3명의 동대표가 자격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내놓지 않고 버티기 때문.
다른 아파트에선 동대표로 나서려는 사람이 없어 ‘구인난’에 시달리는데 이 아파트에선 왜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입주자 A씨는 지난 2004년부터 4년 동안 임기 2년의 동대표를 두 차례 지냈으며, 다른 입주민 B씨와 C씨도 비슷한 시기에 두 번의 동대표를 역임했다.
그 후 세 사람은 2016년 동대표 선거에 재 출마해 모두 당선됐다. 이 중 A씨는 입대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아파트는 초창기부터 관리규약에 중임을 한 번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동대표 당선 자체가 무효였지만,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현재까지 직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기존의 유권해석(2010년 7월 이전의 동대표 경력은 중임제한에 해당하지 않음)을 대법원 판례(관리규약에 제한규정이 있다면 이전 경력도 중임제한에 해당)에 따라 변경한 게 2016년 말이었으므로 이들이 자신들에게 결격사유가 있는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거나 헷갈렸을 수는 있다. 관리사무소 역시 최근까지 몇 차례 소장과 직원들이 교체되면서 경력확인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입주민이 이들의 자격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고, 관할 지자체가 “소명자료를 검토한 결과 세 사람의 결격사유가 확인됐으므로 동대표 자격이 상실됐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 “조속히 선거를 치러 새로운 동별 대표자를 선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A씨 등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인원 등을 문제 삼으며 계속 대표 업무를 보는 중이다.
입주민들은 결격사유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지 않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지자체의 행정명령을 대놓고 무시하면서까지 대표직에 연연하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의혹을 품고 있지만 증거가 없어 속만 끓이고 있다.
결국 입주민들은 사퇴파와 유지파로 양분됐고, 단지는 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본지가 지난달 20일부터 긴급기획 보도를 내보낸 이후 여러 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대부분 중임제한 완화를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의 걱정이 단순히 기우만은 아니다. 주민대표의 장기간 재임이 아파트 비리의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이미 수차례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 2015년과 2013년 그리고 1998년, 대대적인 아파트 비리수사에 나섰다. 1998년과 2013년은 기획된 ‘특별단속’이었다. 전국 지방청 수사계 형사들과 지능범죄수사팀을 동원하고,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협조체제까지 구축해 전방위 수사에 들어갔다.
1998년엔 전국 아파트 1,669곳에서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5,838명을 입건했으며, 2013년엔 581명을 검거해 이 중 5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수사과정상 나타난 아파트 관리의 문제점으로 ▲입대의 막강권한 집중으로 금품수수 등 각종 부패고리 생성 용이 ▲투명성 부족과 상시적·체계적 감사기능 부재 ▲입주민 무관심과 참여 저조로 소수 동대표의 공사·용역 부당결정 등을 꼽았다.
특히 “입대의 회장과 동대표의 장기간 재임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수 주민대표의 막강한 권한’이 ‘장기간 재임’할 경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중임제한을 못 박은 이유도 국토부가 이런 사실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뒤집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다수다. 한 입주민은 “모든 작용엔 늘 반작용이 따르기 마련인데 효과를 면밀히 살펴보지도 않고 정책을 철회하는 건 너무 가벼운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여러 아파트에서 심각한 동대표 구인난을 겪고 있는 건 분명 사실이다. 관리현장과 국토부 등 관련기관과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세입자도 당당한 입주민으로서 일정 비율을 동대표로 분배하는 방안 ▲임기제한을 철저하게 지키되 동대표 재임 중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전체 입주민이 돌아가며 동대표를 맡도록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아이디어들을 모두 모아서 하나로 절충할 수도 있다.
소수집중에 의한 전문성 강화보다는 다수참여에 의한 투명성 확보, 즉 ‘주민참여’가 관건이다.
대한민국 아파트.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미래로 전진할 것인가.
 

이경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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