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지난 20일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이 해커에게 뚫려 350억원을 탈취 당했다. 그동안 빗썸을 비롯한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국내 최고수준의 보안시스템을 도입·구축하고 있으므로 해킹 당할 위험이 없으니 안심하고 거래해도 된다고 당당하게 밝혀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해커들의 놀이터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번번이 구멍 뚫려왔다. IT강국이란 자부심이 무색할 정도다. 튼튼한 방패로 철통방어하고 있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새롭고 더 강력한 창 앞에 무기력하게 당해 온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지난해 우리 사회의 핫이슈였다. 
2009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이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인인지 집단인지조차도 불분명하다. 보통 사람들의 과학지식이나 IT상식으론 개념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가상화폐는 ‘채굴’이니 ‘광부’니 하는 19세기 산업용어를 부활시켰다.
비트코인은 탄생 이후 긍정과 부정, 양면에서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지난해 한국에선 외국시세보다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어나 ‘김치 프리미엄’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가진 돈을 모두 투자하고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을 정도의 광풍이었다. 외국에서 ‘한국의 비트코인 시장과열이 위험수위’라고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에 나서고, 거품논란이 확산된 데다, 거래소도 해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이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일고 있다.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백악관 예산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톡먼은 “비트코인 열풍은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나무가 하늘을 향해 계속 자랄 것이라고 믿어버린 투기꾼을 위한 자산”으로 “모든 투기꾼은 자신의 손을 다 태우고 나서야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는 따로 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분산저장기술이라 불리는 블록체인은 모든 데이터를 중앙서버나 메인컴퓨터 1대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의 컴퓨터에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을 일컫는다. 매시간, 매분, 매초에 생성되는 데이터들을 하나의 작은 블록에 담아 체인형태로 연결하고 이를 수많은 사용자들의 컴퓨터에 복제해서 저장하게 되므로 그만큼 안전하다.
손오공의 분신술을 떠올리면 되겠다. 일반적 데이터 저장 형태에선 해커들이 중앙의 메인서버만 공격하면 되지만, 블록체인이 적용된 경우엔 사용자들의 모든 컴퓨터를 해킹해야 하므로 내용의 위변조나 탈취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많은 컴퓨터를 공격하는 데만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익 자체가 없다. 수십만 수백만 명의 똑같은 손오공을 무슨 수로 상대해서 이겨내겠는가.
이것이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고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가상화폐의 전망에 관해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만큼은 두 진영 모두 인정한다. 데이터의 분산저장은 강력한 보안을 제공하고, 그래서 미래의 유용성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권력이 한곳에만 집중되면 독재의 유혹이 피어오르기 마련이다. 이게 해킹이다. 국가도 해킹 당하면 다 털리고 망한다.
민주주의는 곧 권력의 분산을 의미한다. 주권이 독재자가 아닌 국민에게 있을 때 나라가 부강해진다.
공동주택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아파트의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면 해커의 표적이 된다. 당연히 로비에 취약하다. 전체 입주민의 의사와 다른 방향으로 민의가 왜곡되고 변질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에도 블록체인이 필요하다. 모든 입주민이 평등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보존해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에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의사결정도 민주적으로 이뤄지도록 관리데이터가 공유돼야 한다. 그래야 아파트가 건강하고 밝아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퇴보해선 안 된다.
국가든 아파트든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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