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69>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의미하며 이를 개선하자는  것을 적폐청산이라고 합니다. 폐단(弊端)이란 옳지 못한 경향이나 해로운 현상을 말하는데 폐단은 주로 힘 있는 사람이 저지릅니다. 그럼 청산 후에 새로 생기는 폐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1. 동물농장의 경고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동물농장’의 돼지 나폴레옹 일당이 만든 7계명을 보면 ①두 다리로 걷는 자는 적이다 ②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친구다 ③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④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⑤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⑥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⑦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입니다. 이는 결국 타도의 대상인 인간이 하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 일당은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생활을 하고 동물들에게는 더 심한 착취를 했습니다. 대한민국 최대 언론사라는 조선일보에서 2013년 6월 13회에 걸쳐 관리비 횡령 등 아파트 관리비리를 시리즈로 보도하면서 마치 동대표와 관리사무소장이 비리의 온상인 양 기획보도를 했습니다. 보도대로라면 관리업무를 혁명 수준으로 개혁해야 할 것 같은데 적폐청산을 전임자와 다르게만 하면 된다는 반면교사의 논리에 휩싸여 새로운 적폐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2. 관리분야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이 변해야 한다
관리분야의 공무원들은 관리발전을 위해 창의적이거나 발전적 노력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다른 부서로 옮기려는 의욕이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어떤 업무도 민원이 없을 수 없지만 특히 관리분야는 항상 상대방이 있는 민원, 집단민원, 지나치게 적극적인 민원에 시달리면서 보람은 없으니 한시라도 근무하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요. 관리업무의 총사령탑인 국토교통부의 담당과장도 2년을 재직하는 사람이 없으며, 대부분 초임자나 갓 승진한 사람들이 거쳐가는 부서가 됐고, 임시방편으로 주택관리사를 계약직으로 고용해 공무원도, 관리소장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만들어 놓고 민원상담을 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도 제대로 법리를 공부하고 책임 있는 행정기관으로서의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없으면 일을 못하는 실정입니다. 결국 관리업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적자치의 원칙은 도외시되고 모든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인식해 과태료를 남발하는 행정편의적 규제일변도의 업무가 됐고, 공무원들은 관리부서로 발령 받은 날부터 인사이동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으니 왜 관리업무가 공무원들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됐는지 개선대책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3. 비리와 부정은 제도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동물농장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권력은 속성상 부패의 유혹이 따릅니다. 우리는 개혁을 내세운 새로운 적폐의 사례를 역사와 역대 대통령들에게서 너무 많이 봤고, 입주자대표회의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개혁을 외치며 관리소장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문제는 관리소장이 성실하고 청렴하게 근무했어도 전임 동대표와 일했으니 청산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전임자들은 관리소장에게 전관예우를 받고 싶어 하고 자신이 비리를 저질러 본 사람은 후임자도 동일할 것이라며 민원을 가장한 적대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폐단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관리업무는 선택의 연속인데 선택에는 비리와 부패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모든 업무를 ‘규정대로’만 하는 알파고를 소장으로 임명하면 부정은 없어질까요? 적폐는 부패한 인적청산의 문제임에도 선택과정을 모두 없애면 입대의와 주택관리사 제도는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