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대표 시를 번역하여 보내라 했다
번역을 도와줄 수는 없다고 했다
내가 골라낸 영어 단어의 떨림이
내가 쓴 우리 말에 꼭 맞는지 아닌지 모르는데
국제펜 본부라도 남의 작품에 감히 흠을 낼 수는 없겠지

한국 사는 사람이 아무리 율격을 맞춘 한시(漢詩)라도
중국어로 읽으면 운율도 쓰임새도 달라
뜻은 알지만 시는 아니라 한다
미국에서 유학한 한국인이 번역한 소월 시에
미국인은 감동하지 않는다
민족 간에 딱 맞는 어휘가 없고 
관습도 감정도 다르기 때문이다

겨우 뜻이나 옮겨놓은 영작 시
그거라도 안 쓰면 
미국인이 한국에는 시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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