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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석 춘  
서울 성북구 공동주택관리 자문위원
(행복코리아 대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꼴찌 수준이라는 것은 다 아시지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1.05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도 30세에 진입했습니다. 20, 30대 여성의 55.2%가 미혼자랍니다.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하는 이유는 주로 남성은 경제적 문제고(41.4%), 여성은 눈높이에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기 때문(32.5%)이라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인 노인의 인구가 14%를 웃도는 ‘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했고, 2026년에는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여성 1명당 출산율이 적어도 2.1명은 돼야 하는데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되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노인부양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출산율은 꼴찌인 반면에, 통계청 자료에 의한 우리나라의 2016년 이혼율은 38.1%로 무려 3분의 1 가량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입니다. 동거기간별 이혼 건수를 비교해보면 결혼 후 4년 이하의 신혼이혼이 전체의 22.9%인 반면에 20년 이상을 해로한 부부가 이혼하는 황혼이혼이 32.6%로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이혼 10건 중 3건이 황혼이혼입니다. 심지어 30년 이상을 함께 살던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도 전체의 10.8%나 됩니다.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기대수명이 높아짐에 따라서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잦은 마찰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황혼이혼을 하면 얻는 것도 있겠지만, 이혼에 따른 상실감과 홀로된 고독감, 사회로부터 멀어지면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도 있으며, 자녀양육이라든가 재산분할 등에서 어려움에도 직면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 유행(?)처럼 나타난 것이 졸혼(卒婚)이라는 것입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부부가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사는 생활방식을 말합니다. 즉 나이가 든 부부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것입니다. 졸혼 현상은 늘어난 기대수명으로 인해 과거보다 결혼기간이 길어지면서 일정기간을 자신에게 투자하려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모 조사기관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4%가 결혼생활에서 졸혼을 고려해볼 의향이 있다고 답하고 있어 앞으로 졸혼 부부의 형태도 꽤 많이 나타나리라고 봅니다. 이혼보다는 졸혼이 낫다고요? 그러나 졸혼이 이혼의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졸혼이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일지도 모릅니다.
성경에서 예수가 행한 첫 번째 기적도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입니다. 결혼은 어쩌면 인간에게 부여된 첫 번째 사명인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다 준비된 부부는 없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단순히 만들어놓은 행복이라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노력해서 행복이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입니다. 미혼 때는 혼자 달리던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면 2인3각 경기처럼 두 사람이 한쪽씩 발을 묶어서 달리는 것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보조를 맞추면서 살아가는 것이 결혼입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 보다 서로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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