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바느질을 할 때 실 끝에다 매듭을 지어 놓아야 바늘땀이 빠지지 않는다.
매듭은 주로 끝에 있다.
직장생활의 마지막 매듭은 은퇴며, 매듭을 잘 지으라고 한다.
어떤 일과 일 사이의 마무리,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고비, 어떤 물건과 물건을 묶어 마디를 맺은 자리, 어떤 일의 결말 등을 매듭이라 한다.
연결이란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과 서로 이어서 맺어짐을 말한다.
하나의 목적이 다음 목적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세상은 매듭과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디 마디의 매듭이 연결된 것이 인생이 아닌가.
고비 고비의 매듭이 연결된 것이 삶이 아닌가.
단단히 묶어야 할 매듭, 비바람에도 풀어지지 않아야 할 매듭은 사랑이다.서둘러 풀어져야 할 매듭, 눈보라 치지 않아도 풀어져야 할 매듭은 미움이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야 할 연결은 사랑이다. 연결되지 않고 단절되어야 할 것은 미움이다.
무술년이다. 풀어야 할 매듭은 빨리 풀어야 한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너와 나도…. 연결되어야 할 것은 빨리 연결되어야 한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너와 나도….
역사도, 정치도, 경제도 기적이 아니라 진화라고 한다.
전전반측(轉轉反側)이라도 망원진세(望遠進世)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있어 파안대소(破顔大笑)가 있는 것을.
함께 걸으면서 같은 꿈을 꾸는 사람, 연결고리다. 연결고리가 잘못되면 송수관엔 물이 세고, 컴퓨터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는 구태여 들먹이지 않으련다.
수많은 매듭들, 어느 선택을 하든 자유다.
8자 매듭이든, 옭매듭이든, 피셔맨 매듭이든, 에반스 매듭이든…. 
수많은 매듭들, 선택은 당신이다. 테이프매듭이든, 스퀘어매듭이든, 까베스탕 매듭이든, 푸르지크 매듭이든….
긴 세월을 살다보면 마디마디 굽이굽이가 상처요 매듭이다.
충돌이 있어 융합이 있으니 융합은 매듭이다.
침묵은 다른 방식의 주장이라며 백 봉투 같은 삶의 관조도 세월 흐르면 머리가 흔들리고 손이 떨린다. 
사랑이라는 매듭, 아주 오래된 그 단어가 한 해의 끝에서 추억을 만들고, 한 해의 시작으로 연결되는 희망의 무술년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의 연결로 4차 산업혁명이 있고, 지금은 초연결의 시대다.
이처기 시조시인의 끝단도 풀어진다는 ‘보자기’가 생각난다. 

장롱 속에 오래 묵힌 매듭을 꺼내보면
소중히 싸두었든 그리움이 일어나서 
간절히 포장하여둔 내력들이 풀어진다.
인동초 마른 꽃잎 향기에 휘날리듯
내 유년 담아두었든 파편들이 쏟아지고
다 닳은 서정의 뿌리 환한 바람 스쳐간다.
오방색 수실위에 떠오르는 맑은 얼굴 
한동안 가슴속에 비방처럼 감춰왔던
그 손끝 잠자든 몸짓 끝단도 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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