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에 공개한 입대의 회의 ‘녹음’…관리소장 밥줄까지 끊을 일인가”

 

경기도 고양시 모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꺼낸 말로 이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입주민과 단지를 위해 성실하게 근무해온 A소장을 두고 한 말이다. 

 

A소장은 지난 2015년 9월경 입대의 회의를 몰래 녹음했다는 이유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돼 약 2년 만인 지난해 8월경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제기했었다. <관련기사 제1041호 2017년 9월 13일자 게재> 
하지만 지난 1월 11일 2심 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그대로 인용, A소장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서울고법 판결문은 매우 간략했다. 
“이 사건 범행은 아파트 관리소장이 녹음기를 이용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로서 관리업체와의 재계약 여부 등에 관한 입주자들의 회의내용을 몰래 녹음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은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항소심 판결문의 내용이다.  
A소장은 많은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항소이유서에 첨부된 당시 동대표 감사의 진술서에 의하면 당시 회장 B씨(고소인)가 일방적으로 잡은 회의에 공교롭게 6명 중 3명의 동대표가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회의내용이 회장 B씨 측에서 공고한 내용과 소장이 해명하는 내용이 상반되다 보니 관리규약에 따라 회의내용을 녹음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입주민들에게 알권리를 제공하기 위해 2명의 동대표와 합의해 관리소장에게 녹음기를 회의실에 놓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A소장을 비롯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당시 녹음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전혀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자격정지까지 내린 1심을 그대로 인용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A소장은 판결문에서는 ‘재계약 여부 등에 관한 아파트 입주자들의 회의내용을 몰래 녹음한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입대의 의결을 뒤집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녹음을 할 이유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월 관리비를 530만원이나 더 부과하고 있다’는 허위사실로 자신을 음해하는 회의였던 데다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녹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더욱이 그 녹음기는 회의직후 B씨에 의해 발견됐기 때문에 녹음파일은 외부로 유출되지도 않았다. 
A소장은 당시 관리현장과 단지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1심을 그대로 인용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현재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 
대법원 재판부가 원심 판결을 뒤집지 않는다면 ‘자격정지’ 때문에 10년 이상 근무해온 단지를 그만 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현 회장을 비롯한 구성원들과 입주민들은 A소장에게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며 현실을 반영한 대법원의 공정한 판단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A소장은 입주민에게 공개된 회의였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5일간에 걸친 회의공고도 있었고 입주민들에게 회의에 참석해달라는 안내방송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실제 당시 회의에는 입대의 구성원 6명 중 3명을 포함해 입주민까지 19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소장은 1심 재판에서 원본 녹음기가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변호사의 계속된 문제제기에 단독판사가 아무런 통보도 없이 사건을 합의부로 넘겼다면서 판사의 재량권을 넘어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조심스레 추측하기도 했다. 
한편 당시 회장 B씨는 녹음기 사건 직후 입주민들에 의해 해임됐다. 함께 문제를 야기했던 동대표 C씨도 자진사퇴했다. 해임 이후에도 B씨가 도장을 돌려주지 않아 한때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었지만 정상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입주민들의 추천을 받은 동대표들이 입후보해 입대의가 새롭게 꾸려졌다. 이후 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위탁관리업체가 선정됐다. 하지만 A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대다수 입주민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고용승계가 그대로 이뤄져 현재까지 근무해오고 있다.  
입주민들은 A소장의 억울함을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함께 토로했다. 한 입주민은 “당시 회장 B씨와 동대표 C씨가 소장이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자르기 위해 더 부풀린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른 입주민도 거들었다. “소장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내보내지 왜 붙잡겠는가. 하지만 단지와 입주민을 위해 소신껏 열심히 일해 온 A소장의 자격을 정지시킨다는 건 너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앉아 있던 입주민도 “B씨로부터 발길질을 당하고 욕설을 들어도 보복을 당하진 않을까 우려해 참는 입주민들도 있었다”면서 “B씨 등의 요구에 의해 지자체 감사 등을 다섯 번이나 받았지만 부정 비리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A소장의 투명성이 검증됐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에 의해 회장 및 동대표에서 해임된 B씨는 2015년 10월경 이사해 단지를 떠났고, B씨 해임 이후 동대표를 자진사퇴한 C씨 역시 2016년 1월경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사실상 A소장에 대한 소송만 잘 마무리되면 평온한 단지라는 것.   
입대의 현 회장은 “입주민의 알권리를 위해 회의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다른 회의도 아니고 입대의 회의인데”라고 반문하면서 “공정한 판결을 위해 입주민을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했는데도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한 입주민은 “소장 밥줄을 끊는 일인데 왜 입주민을 증인으로도 못 세우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해하면서 대법원의 공정한 판결이 나와 A소장과 오래도록 함께하길 기대했다. 
A소장은 2003년 2월부터 2004년 9월경까지 이 아파트에서 경리직원으로 근무했으며, 2004년 9월경부터 인근 단지에서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다가 2006년 4월경부터 현재까지 이 아파트에서 10년 이상 근무 중이다. 
한편 최근 이 아파트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원들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입주민들에게 비밀투표에 부친 결과 입주민들의 약 80%가 구조조정을 반대해 ‘상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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