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 수려한 홍천의 늦겨울 비경

김초록l승인2018.02.09 16:19:27l10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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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의 늦겨울은 어떤 모습일까? 대부분의 땅이 산과 계곡으로 이뤄진 홍천은 어딜 가나 쉼터고 비경 또한 널려 있다. 홍천 여행은 크게 읍내를 기준으로 2개 코스로 나눌 수 있다.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쪽으로 가는 방법과 56번 국도를 타고 양양 방향 구룡령을 넘는 방법이다. 양양으로 넘어가는 56번 도로변에는 크고 작은 계곡들이 즐비하다. 오대산 북쪽인 이 지역은 오가는 길이 험하지만 한적한 산골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 고즈넉한 수타사 산소길
▲ 수타사 계곡의 용담

생태숲과 산소길


이번 여행의 출발점은 공작산 자락에 포근히 안긴 천년고찰 수타사다. 홍천의 겨울은 어디든지 좋지만 수타사와 수타사 계곡은 유독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수타사에서 공작산 생태숲으로 이어지는 산소길이 인기를 끌면서 한겨울에도 제법 시끌벅적하다.
홍천엔 여러 산이 있지만 공작산은 영험한 산이다. 조선시대부터 왕릉(세조의 비 정희왕후의 태실)이 자리를 잡으면서 왕실의 숲으로 보호받았다. 공작산 생태숲과 산소길은 언제 찾아도 좋다. 
드물게 평지에 자리한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때 창건한 고찰이다. 경내에 월인석보(보물 745호)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다. 수타사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얼어붙어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본격적인 숲탐방에 나서보자. 숲속으로 열린 산소길은 수타사를 벗어나면서 시작된다. 때가 때인지라 알록달록 물든 단풍과 푸른 색깔은 볼 수 없지만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공기 맛이 참 좋다.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며 청아한 새 소리는 또 어떠한가. 기분이 절로 업된다. 몸에 달라붙는 피톤치드도 맘껏 들이킬 수 있고 무엇보다 심신이 편안해진다. 바쁜 일상에선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었던 행복한 시간이다. 
산소길을 걷다 처음 만난 비경, 출렁다리다. 이름 그대로 출렁거리는 다리 밑으로는 움푹 파인 ‘귕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귕소’은 이곳 말로 소나 말이 여물을 먹는 통을 말하는데 그 모양이 귕소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조금 더 가다 만난 두 번째 비경, 용담은 얼어붙었다. 용이 승천했다는 소(昭)인데 그 위로 펑퍼짐한 너럭바위가 천년 세월을 얘기하고 있다. 이곳에서 계곡 상류 쪽으로 계속 가면 농가 몇 채가 있는 신봉마을과 노천리가 나온다. 산소길은 노천리까지 이어지는데 낙엽 수북한 오밀조밀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한 잣나무와 단풍이 아름다운 마가목, 매끈한 자태의 은사시나무, 아름드리 소나무, 쓰디쓴 열매를 맺는 소태나무, 옛날 도로변에 거리 측량을 위해 오 리마다 심었다는 오리나무, 십 리마다 심었다는 시무나무 등 사연도 가지가지인 갖가지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 삼봉자연휴양림의 통나무집

기개 넘치는 겨울산과 강


홍천강과 팔봉산은 붙어 있다. 해발 302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여덟 개의 봉우리와 치맛자락처럼 이어진 능선은 이 산의 기개를 한층 높여준다. 주차장이 있는 팔봉교에서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은 보통 3봉을 올라 8봉까지(2.1㎞) 이어지는 능선길과 1봉에서 8봉까지(2.6㎞) 뻗어있는 일주 코스로 나뉜다. 어른 걸음으로 2시간 30분에서 3시간쯤 걸린다. 팔봉산이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밑에 홍천강이 있기 때문이다. 등산과 물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름이 성수기지만 겨울도 나름대로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눈이 쌓인 겨울엔 등산장비를 꼭 갖추고 여러 명이 팀을 이뤄 움직여야 한다. 홍천강의 자랑인 넓고 고운 백사장은 마치 해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근래 들어 붐을 이루고 있는 오토캠핑도 가능한데 비취빛 강물과 파란 하늘을 벗 삼아 색다른 정취에 빠져볼 수 있다.
홍천강은 서석면 생곡리 미약골이 발원지다. 143㎞에 이르는 계곡물엔 모래무지, 쏘가리, 누치 등 1급수에만 사는 물고기가 지천이다. 홍천강은 곳곳에 유원지란 이름으로 쉼터를 마련해 놨는데 강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44번 국도변의 팔봉산, 굴지리, 밤벌, 마곡 등이 그런 곳들이다. 겨울엔 뜸하지만 여름철엔 피서 삼아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팔봉산과 홍천강이 있는 서면에서 내면 쪽으로 거슬러 오르다 보면 겨울철 특유의 비경을 두루 만날 수 있다. 특히 내면계곡은 무주구천동을 열 개쯤 모아놓은 것처럼 절경이다. 오대산, 계방산, 응복산 등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시리도록 찬 물은 계방천, 자운천, 조항천, 내린천으로 합치고 갈리면서 수많은 여울과 폭포, 소를 만들어놨다.

 

▲ 한국 100대 산장에 드는 살둔산장

내린천의 출발점인 살둔마을

내면 율전리 살둔마을. 강원도에서도 가장 강원도답다는 이곳은 산줄기 물줄기가 첩첩이 돌아가는 산중이다. 내린천이 시작되는 첫 마을로 현재 열 가구가 산밭을 일구며 살아간다. 지난 85년에 지은 귀틀집 모양의 살둔산장(www.saldun.co.kr)은 한국의 100대 산장에 꼽힌다. 산악인 윤두선(故윤보선 대통령 동생)씨가 월정사 복원 작업에 참여한 도목수에게 부탁해 지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어찌 보면 전통사찰 같기도 하고 다르게 보면 일본식 주택을 연상시킨다. 내부에 있는 2층 다락방은 ‘바람을 베고 눕는다’의 뜻으로 ‘침풍루(寢風樓)’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장 바로 옆 계곡은 내린천의 상류 지점으로 풍광이 수려하다. 살둔마을에서 홍천 문암마을로 넘어가는 총 6㎞의 트래킹코스도 열려 있다. 
살둔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미산계곡, 모래소계곡, 미천골, 명개리계곡, 칡소폭포, 그리고 삼봉약수로 이름난 삼봉자연휴양림이 있다. 내면 명계리에서 양양(서면 갈천리)으로 넘어가는 구룡령 옛길(명승 제26호)도 걸어볼 만하다. 예부터 영동지방 사람들이 한양으로 갈 때 많이 이용했던 길이다. 삼봉약수가 있는 삼봉휴양림은 천연림의 보고다. 전나무, 분비나무, 주목, 거제수나무, 박달나무 등 침활엽수가 가득하다. 한편 겨울 스포츠인 스키와 보드를 즐기고 싶다면 서면 매봉산 자락에 있는 대명 비발디파크로 가면 된다. 홍천이나 인제 여행 지도를 가져가면 일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가는 길=서울양양고속도로 춘천JC-중앙고속도로 홍천IC-설악로-연봉교차로-공작산로-동면대교-수타사. 서울양양고속도로 남춘천IC-조양JCT-중앙고속도로 홍천IC-홍천강 하류.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행 버스 10-30분 간격(06:15-22:20) 운행, 홍천터미널(432-7893)-수타사, 51번 버스 이용, 약 40분소요.
☞숙박=살둔산장(033-435-5984)에서 숙박이 가능하지만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힘들다. 내면 구룡령 바로 아래의 삼봉 깊은산골(033-435-3989)은 식당과 민박을 겸한다. 스키족들이 즐겨찾는 대명비발디파크의 소노펠리체(033-1588-4888)는 워터파크 오션월드 결합 패키지를 판매한다. 홍천강, 팔봉산 주변의 펜션도 이용해 볼만하다. 강변통나무펜션(033-433-5171), 곰(033-435-8588), 마이웨이(033-434-1609), 솔향기(033-434-5646), 아침의 향기(033-434-0307) 등
☞맛집=화로숯불구이가 유명하다. 44번 국도변에 양지말화로구이(033-435-1555), 옛날화로구이(033-435-8613) 등이 있다. 수타사, 홍천강 주변에 산채비빔밥과 민물매운탕, 막국수를 내놓는 식당이 많다. 강가촌(033-434-9102), 모곡식당(033-434-1219), 팔봉쉼터(033-434-9196), 장원막국수(033-435-5855) 등


 

 

김 초 록  여행객원기자
trueyp26309@nate.com

김초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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