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

열린세상 오정순l승인2018.01.29 15:17:06l1060호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오 정 순  수필가

벤치마킹, 기업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경영하는 데도 캐릭터를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소소한 습관이나 생활방식을 벤치마킹한다.
자신을 먼저 살피고 흉내내기를 해야 하는데 맹목적으로 따라 하다가 넘어지기도 한다. 흉내내기는 자기 임상을 거치며 스스로 창의적인 발상으로 만들어 낸 자기 방식보다는 성과가 못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환경적 조건과 물질적 여건과 재능의 정도가 달라서 섣불리 흉내를 내다가는 자신의 정체성과 멀어져 결과적으로 실패할 확률도 배제하지 못한다.   인생은 무엇이든 한눈에 다 보이는 게 아니라서 심도깊게 관찰하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기 결론에 이르러 시도해도 때로는 수박 겉?기가 되기 십상이다.   
가정 환경이 열악해 문화적 감각이 자랄 수 없는 곳에서 성장한  A는 늘 결핍에 시달렸다. 외딸에 부모가 있으니 밥을 굶는 일은 없었으나 부모가 무식하다는 게 그녀의 부끄러움이었다. A의 어머니는 익애가 얼마나 성장하는 아이에게 장애요인인지도 모르고 보호에 급급했다. 그 결과  A는 어려우면 견디지 못하는 성향을 드러낸다.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싶어 능력자에게 의존적이다. 유일하게 공부를 잘 하는 그녀는 자존감이 떨어져 본인으로서는 괴로웠겠지만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설 자리가 좁지 않았다. 부모의 무학이 장학금을 받는 데 유리했고 자신의 희망은 많이 배우는 것이었다.
그녀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먼저 벤치마킹한 캐릭터는 등굣길 친구B였다.B는 인물이 반반하고 중산층의 맏딸로 품위와 당당함을 고루 갖췄다. 그러자니 성격 또한깔끔했다. 그러나 B가 대학에 갈 무렵 가정 경제가휘청거리는 바람에 고졸로 학업을 그치고 결혼으로 도피했다. 하지만 나이차가 많은 배우자를 만나면서 친구들 중에서 가장 먼저 강남 아파트 살이가 시작되고 B의 생활은 안정적이었다.
이때 B는힘들면 A에게도움을 청해 어려움을 해결하고 돌아갈 때면 넉넉히 보상해주며 관계를 원만하게 맺어왔다.동기간이 없는 A는 그렇게 사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A는 B를 벤치마킹해 배울 만한 내용을 숙지하고 경원시했다. 변했으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A는 C를 두 번째 캐릭터로 벤치마킹했다. 무엇이나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친절한 게 마음에 들었다. A는 B를 연출하면서 C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C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데 익숙해 B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도와주면서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A는 자신이 B의 인생을 숙지하고 연출해도 C가 멋있게 보거나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C는 마음을 조금도 팔지 않았고 늘 넉넉했다. A는 누구든 자신을 부러워해주길 바랐다. 자신은 남을 그렇게 부러워 했는데 남은 자신을 부러워해주지 않는다는데 대해 눈을 뜰 무렵, 그녀를 부러워 하는 후배가 생겼다. 둘은 병든 단짝이 됐고 A는 이제 C를 멀리 한다. 흉내낸 것이 들통나지 않기 위한 장치다. 이런 것도 모르고 C는 또 움츠러드는 줄 알고 ‘친구를 구해야 해’ 정신으로 다가들어 욕구해소를 돕거나 문제해결을 돕다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새로 벤치마킹한 또 다른 캐릭터 D를 흉내내다가 넘어져 있다. 재능은 포기하고 성실한 캐릭터를 찾으면 닮을 가능성이 높아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체력이 모자라고 재미가 없으니 또 실패다. 욕구만 세웠지 즐기지 못했으므로 D와 같은 길을 갈 수가 없다. 이때 체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섰는지 운동의 세계로 뛰어들어 체육관에 목돈을 주고 평생 회원권을 사더니 몇 번 수련하고 집어치웠다. 결국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번갈아가며 벤치마킹을 일삼다가 아무 것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지금 투병 중이다. 
잠시 외국살이로 삶에 윤기를 내어오더니 홀로 자기 앞길을 탄탄대로로 만들어놓은 C를 보고 다시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C 덕분에 수익을 낸 A는  몰래 따라 하기를 시도했다가 망했다. 욕심이 앞서서 눈이 멀고 귀가 멀어 현실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엎어졌다. 폭등한 집값 덕분에 차익 실현을 했으나 오늘 날처럼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다는 소문을 타고 예정에도 없는 갭투자를 해 집을 세 채나 계약을 했다가 목돈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요즘 돌아가는 부동산 시장을 보면 왠지 A류가 등장해 사회에 어둠을 보여줄 것만 같아서 우려가 깊다. 판단 없이 흉내내는 일은 원천봉쇄를 해야 인생이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은 말만 돌게 하고 귀를 막고 눈을 감을 때다. 욕조에 물이 빠질 때 요란한 것처럼 막바지의 흐름은 언제나 요란스럽다가 만다.

오정순  kslee@hapt.co.kr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한국아파트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2-727)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3동 222-8 코오롱빌란트2차 705호 (주)한국아파트신문
대표전화 : (02)884-5445  |  팩스 : (02)884-5995  |  등록번호 : 공보 다 04289  |  발행인 : 황용순  |  편집인 : 이경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석
Copyright © 2002~2018 (주)한국아파트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