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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석 춘 
서울 성북구 공동주택관리 자문위원
(행복코리아 대표)


또 하나의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2018년은 황금 개띠의 해, 무술년(戊戌年)입니다. 새해에는 복 많이 받고 만사가 형통하길 바랍니다.
먼저 피천득 시인의 ‘새해’라는 시를 함께 읽어보지요.

새 희망이 솟아오르는/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다/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팔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제가 중학교 다닐 때 교훈이 ‘날로 새로워라’였습니다. 날로 새로워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지난 연말에 모임의 회원들과 송년모임을 하면서 일요일 오후에 부부동반으로 ‘기억의 밤’이라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반전에 반전이 연속돼 거의 공포영화 수준이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동안 부부동반의 송년모임에 “왜 하필이면 이런 내용의 영화를 선택했을까?”하면서 다소 의아했습니다. 부부동반 모임에 적합한 영화는 멜로영화나 코미디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불만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저 스스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고의 틀이 편협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중학교 시절이었다면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즐거워했을 텐데, 지금은 고정된 사고의 틀에서 혼자 생각하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원통 안의 시야에서 사물을 본다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이 좁아진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젊어서는 더 새롭고 더 많은 것을 보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좁아지는 나의 시야를 넓히고, 잊혀져가는 감성들을 기억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내 생각만이 옳다고 스스로 결론짓는 습관들이 모여서 아집이 됩니다. 담을 치고 벽을 쌓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겪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학교 시절의 ‘날로 새로워라’가 새로운 것을 찾고 배우는 것이었다면, 나이가 들어 가면서의 나의 새로움은 나 혼자만의 고정된 사고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고의 틀을 유연하게 하고 또 새로운 변화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나만을 생각하면서 좁아지고 굳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 남도 함께 배려하면서 더 넓게 생각하는 것이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6이라는 숫자를 두 사람이 위아래에서 보면 한 사람은 6자로 보이고 또 한 사람은 9자로 보이듯이, 6자다 9자다라고 다투기보다는 상대의 입장을 함께 배려하는 것도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원뿔형의 도형이 위에서 보면 동그라미지만 옆에서 보면 세모입니다. 동그라미다 세모다 하면서 싸울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봐야 비로소 원뿔형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정치적, 종교적, 지역적 갈등이 해소되고, ‘갑’도 ‘을’도 없는 서로가 서로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보는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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