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방마다 달력 하나 거는 것에 어깨를 들썩이던 옛날

남은 달력을 구석에 처박았다가 버리는 오늘

미군이 버린 음식으로 꿀꿀이죽을 쑤던 옛날

쓰레기장에는 싱싱한 통조림이 쏟아져 있고

들고양이들이 닭갈비를 길에 펼쳐놓는 오늘

다 먹지 못할 만큼 음식을 사고

새 옷도 철 지나면 버리는 오늘

세상이 변했다

음식을 많이 사지 않으면 식당이 문을 닫는단다

물건을 마르고 닳도록 쓰면 공장이 문을 닫는단다

 

높은 곳이 있어 낮은 곳을 알게 하고

낮은 곳이 있어 높은 곳을 알게 해도

중간이 있어서 모두 소용 있음을 알게 한다

아끼는 자는 자원 고갈을 늦추고

낭비하는 자는 소비 미덕을 실천해도

균형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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