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事 논 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대도시는 압축적 고도성장기를 경험한 바 있다. 1960년대 이후 나타난 압축성장은 도시지역의 주거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당시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는 경제성장에 뒀기에 시민의 주거환경에 정책적 배려는 미흡했다. 1980년대 초반 서울 시민의 약 20~30%는 달동네·산동네라 불리는 불량촌 주민이었다. 인구 1,000만명 서울은 여전히 주택난이 지속되고 주거환경개선대상 지구는 다양한 갈등의 현장으로 남아있다.
개별법에 따라 사업이 추진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3년 ‘도시재개발법’, ‘주택건설촉진법’, ‘도시저소득층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이 폐지됐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으로 통합 제정됐다. 이후 주거지 정비 및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시작한다.
한국의 도시주거정비사업은 주택재개발사업과 주택재건축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이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돼 진행돼 왔다. 이러한 주거지정비사업의 특징을 보면 소규모 민간주도의 사업으로 시행됐고 주변지역과의 연계성이 무시됐으며 수익성을 높이기에 급급한 사업이었다.
2006년 7월부터 시행된 뉴타운 사업은 공공이 수립한 계획을 전제로 광역생활권 차원에서 정비사업이 이뤄지는 진일보한 사업방식이 채택됐다. 뉴타운 사업은 강남·강북 간 격차 해소나 지역주민참여를 통한 커뮤니티 단위의 종합적 개발이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의 진행과정을 보면 당초 제시한 생활권 단위의 사업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여전히 개별적 사업이 지구별로 이뤄져 사업 간 연계와 통합이 이뤄지지 못했다. 아울러 뉴타운 사업은 개발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개별적인 정비방식보다 사업기간이 길어지는 문제점을 낳았다.
뉴타운 사업이 공공성을 내세웠지만 세입자 보호는 미흡했고, 조합과 조합원의 갈등 그리고 해당 지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시장·구청장의 정치적 의도가 내재돼 있었다. 2007년 이후 뉴타운 사업의 대규모 지정과 더불어 부동산 경기 침체기를 맞이하게 된다. 뉴타운사업의 사업성 감소로 분쟁이 증폭했고 다양한 갈등과 문제점으로 도시정비사업의 한계를 나타냈었다. 무리하게 추진한 뉴타운 사업의 부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날의 도시정비 및 주거환경을 위한 개선사업은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앞으로 고려해야 할 새로운 접근법은 무엇인가.
첫째,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주거환경개선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재원조달이 우선이다. 새 정부가 매년 10조원씩 5년간 50조원 투자를 제시했지만 조달방안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가칭 ‘주택재단’을 설립해 주거환경개선 사업 및 도시재생사업의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주택재단’의 설립으로 구체적인 도시재생을 통한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재원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맞춤형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정착돼야 한다. 현재도 맞춤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맞춤형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약한 실정이다. 대상지구 주거환경에 적합한 맞춤형의 개발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커뮤니티의 참여가 적극적이어야 한다.
셋째, 주거지 환경개선과 도시재생사업은 물리적, 사회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인 세 가지 속성을 지닌다. 과거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과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물리적인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물리적으로 훌륭한 개선사업을 이뤘다 해도 주민의 사회, 경제, 문화적인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주민이 수용하지 하지 못할 경우 성공적이라 할 수 없다. 해당 지구 주민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수준, 그리고 해당 지역사회가 지닌 문화적 요소를 어떻게 개선사업을 통해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저소득 원주민과 세입자 내몰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매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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