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반려견 인구 천만명시대가 되면서 반려견의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이 넘으니 약 5분의 1이 반려견 인구다. 계산상 공동주택에서 5가구당 1가구 꼴로 반려견이 있다. 애견 숍은 호황인지 점점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견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더욱 각박해지는 사회현상의 결과로 보인다.
건전한 공동체 문화가 파괴되면서 인간관계에서 얻은 정신적 손실 감정을 반려견에게서 보상받으려는 것이다. 공동주택에서 반려견이 늘어나면서 반려견 문제는 공동주택의 큰 문제 중 하나가 됐다. 올바른 반려견 문화가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건전한 공동체 생활을 위해서는 꼭 이뤄져야 한다.
모 아파트에서 있었던 최근의 사례다.
토요일 오후 5시쯤 넘어 자전거 라이딩 복장 차림으로 40대 남자가 관리사무소를 찾아왔다.
그는 눈에 힘을 주더니 당직 근무자에게 건의할 게 있다면서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최근 아파트에서 어린애가 다른 집 개한테 물려 죽은 거 아세요?”, “그런 일이 있었나요?”, “뉴스 안 봐요?”
근무자는 입주자의 무례한 태도가 몹시 불쾌했으나 꾹 참았다.
“법적으로 애완견 목줄 채우게 돼 있는 거 아세요?”
“아, 예 그건 당연한 거죠!”
입주자는 핸드폰을 꺼내 애완견에 물려 죽은 뉴스 인터넷 기사와 개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법 조항을 찾아서 보여줬다. “예, 알겠으니까 하실 말씀이 뭡니까?”
몇 동 사는 입주민인데 자기가 승강기에서 목줄 안한 애완견에게 물릴 뻔해 그 주인과 크게 싸웠다고 했다. 관리실에서 당장 반려견 주의 안내 방송을 하고 승강기 안에 개 목줄 채우는 법 조항을 인쇄해서 붙이라는 명령에 가까운 부탁이었다. 근무자는 알겠다고 했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자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거주하기 위해 지켜야 할 질서가 있다.
이웃집 개에게 물려 사람이 죽는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그것 외에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개로 인한 이웃 피해 사례는 소음과 개똥 문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견주의 무지와 무책임이다.
개를 키울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개를 키우는 것이다. 개를 한낱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잘못된 사랑을 한다. 키우다 귀찮아지면 어디나 내다버리는 사람도 있다.
입마개를 씌워놓지 않고 태연히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한다고 이 말을 믿을 이웃은 없다.
집안이 쓸쓸하다고 개를 키운다.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올 때 나를 반겨주는 개가 있으면 모든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그러나 개는 오랜 시간 혼자서 고통을 참아야 한다.
괴로움을 달래려고 하루 종일 울부짖는다. 밖에 인기척이라도 있으면 사정없이 짖어댄다. 이 모든 게 이웃들에게 고통으로 전달된다.
이런 일이 늘어날수록 공동주택에서는 반려견 가구와 비반려견 가구의 갈등이 증폭된다. 비반려견 가구는 관리사무소에 개를 통제해달라고 요구한다. 개를 짖지 못하게 하라는데 개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견주밖에 없고 견주는 집에 없다.
함께 사는 공동주택에서는 질서와 예절을 지켜야 한다. 개를 키우려면 개를 키울만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개에게서 행복을 찾을 게 아니라 개와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개와 행복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개의 행복도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개에게 이기적인 사랑을 주는 것은 공동생활의 질서를 무너뜨린다. 동물에게 올바른 사랑을 주는 것이 동물과 함께 살고 이웃과 함께 사는 올바른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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