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마산의 중심부 용마산 공원이다. 일명 산호동이라는 동네 이름을 붙여 산호공원이라고도 한다. 이 산호공원에 지금 석산이라고도 하는 꽃무릇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여름이 되면서 잎이 점차 사그라지고 잎 없는 꽃대만 올라와 붉은색, 노란색, 흰색, 자주색 등의 꽃이 피는 가을꽃이 꽃무릇이다.
화엽불상견 상사화(花葉不相見 相思花), 한 몸이면서도 잎과 꽃이 서로 보지 못한다고 상사화라고도 한단다.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 없는 가슴 아픈 사랑, 그 사랑이 얼마나 애절하기에 붉은 물결이 되고 붉은 융단이 되었을까.
상사화의 전설은 이렇다.
어느 깊고 깊은 산중 절집에 열심히 불도를 닦던 젊은 스님이 있었단다. 어느 날 아리따운 처자가 불공을 드리러 왔다가 비를 만나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만 피 끓는 젊은 스님이 한눈에 반하고 말았으니 이 일을 어찌하랴.
젊은 스님은 처자를 연모하는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단다.
이 세상에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가장 순수한 사랑의 DNA는 짝사랑이요, 상사병인 것을. 불쌍히 여긴 노스님이 죽은 젊은 스님을 묻어 주었는데 이듬해 가을부터 마늘쫑 같은 꽃대가 올라와 핏빛 선연한 붉은 꽃을 피웠단다.
불가에서는 석산(돌 마늘)이라 부르며 마늘 같은 뿌리는 찧어서 탱화를 그릴 때 쓰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하니 그 지독한 상사 때문이 아니겠는가.
속세를 떠나 불도에 정진해야 할 스님이기에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 한마디 못하고 가슴에 묻어 두어야 하는 고통, 죽음이 아니고선 다른 방도가 없고 그 영혼이 꽃이 되었나 보다.
자기가 선택해서 자기에게 최상급의 고통을 주는 것이 짝사랑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뜻대로 안 되지만, 멀리서든 가까이서든 만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스님이 되어도 큰 스님이 되었을 젊은 스님을 애도하노라.
인연 아닌 인연이 이별초가 된 상사화. 그래서 사찰 주변에는 상사화가 많고, 이맘때쯤이면 사찰마다 상사화축제가 열리나 보다.
영광의 불갑사, 고창의 선운사, 함평의 용천사 등이 대표적인 축제의 마당이지만, 만나주지도 않고 이루어질 수도 없는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짝사랑이 요즈음도 많아서인지 상사화라는 꽃무릇이 아파트의 정원에도, 오솔길의 양 옆에도 많다.
천년의 숲인 함양의 상림 숲에도 축제가 벌어지고, 어방 녹지대에 4만8,000㎡ 27만2,000본의 꽃무릇이 제1회 ‘김해 활천 꽃무릇 축제’가 된다.
나는 지금 산호공원 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5회 산호공원 꽃무릇 축제에 와 있다. 잎과 꽃이 서로 보지 못하는 사랑의 꽃이 36만 포기로 산사태를 이루고 있다.
산호공원은 원래 용마산성으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선조 25년 1572년에 착공하여 선조 30년 1577년에 완공한 성이었으나, 성이 낡아 보수를 한 후 산호공원이라 명명하였단다.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 없는 가슴 아픈 사랑을 지닌 자, 도시의 복판 산호공원으로 한 번 가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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