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35>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라벨(label, 꼬리표) 효과란 ‘~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특정지어 버리면 그 라벨에 맞게 행동한다는 것이고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해 놓고 간절히 사람이기를 소원하자 신이 조각상에 생명을 준 것처럼 학생은 선생님이 기대하고 믿어주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교육의 기대효과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스스로 라벨을 붙이지 말자.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이런 사람’이라는 라벨을 붙이기를 좋아합니다. 잘 삐치는 사람, 일도 못하면서 놀기 좋아하는 사람, 욕심이 능력보다 앞서는 사람,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체 하는 사람 등 라벨을 붙이고 그런 특성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도 없고 라벨대로 행동하지도 않습니다. 정직하고 솔직하다는 라벨이 붙은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는 것은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지요. 문제는 스스로에게 라벨을 붙이는 것입니다. 뭐 일종의 캐릭터이지만 관리소장은 한 가지 캐릭터를 고집하면 곤란합니다. 입주민과 동대표는 계속 바뀌며 새로운 사람은 변화를 원하는데 일관된 라벨을 고집하면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교체의 대상이 될 뿐이니까요. 관리소장은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주민의 이익과 입주자대표회의가 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물론 원칙을 왜곡해 곡학아세(曲學阿世)해서는 안 되겠지요.


2. 입대표 회장, 동대표에게 기대하는 것
동대표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려면 많은 공부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관리소장의 지원을 받더라도 스스로 판단하고 공부하고 확인하며 다른 대표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처음 동대표가 돼 예산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입대의의 운영비와 회의참석수당, 업무추진비를 스스로 삭감한 동대표들이 몇 번 안건을 검토하고 회의에 시간을 빼앗긴 후에는 운영비 전체를 인상해야겠다고 관리규약 개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동대표를 할 때는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받아가는 3만원, 5만원의 출석수당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동대표로서의 일을 하려니 업무에 비해 수당이 적다는 것이지요. 동대표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제발 공부하고 사심 없이 올바른 결정을 해 달라는 것인데 그러려니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무보수 봉사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3. 관리소장의 라벨
관리는 남의 집이나 점포, 사무실의 공용부분을 그 목적대로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으니 아무도 이런 관리소장이 돼 달라고 피그말리온처럼 간절히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리 관리소장은 이런 사람이라고 라벨을 붙이고 그 기준에 미흡하면 질책할 뿐이지요. 그럼 어떤 라벨을 가져야 할까요? 어떤 철학자의 동시(童詩)에 나는 매일 생각한다. TV를 볼 때도, 게임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생각하는데 왜 내게 ‘생각 좀 하고 살라고 하는 걸까’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관리업무는 단지의 사정에 따라 손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리소장은 발과 눈과 판단으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관리는 결과(목적)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조율해 처리해야 합니다. 경사진 길은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오르막도 내리막도 되는 것처럼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고가 생기고, 처리한 후에는 예방하지 못했다고 지청구를 듣습니다. 내 집은 내 맘대로 하면 되지만 남의 집을 관리하려니 세상 어려운 것이 관리업무입니다. 남이 붙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우리 소장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라벨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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