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의 문화답사


 

 

조계산 선암사

◈호남제일 선원禪院
선암사 선원은 호남제일 선원이라 씌어 있는 현판에 부끄럽지 않게 대대로 수많은 선지식이 출현한 곳이다. 지금도 안거 철만 되면 많은 운수납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 전통과 명성을 잇기 위해 불철주야로 수행하는 도량이다.
안거 철은 음력으로 하안거는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 동안거는 10월 보름에서 정월 보름까지다. 그 기간에는 모든 것을 극도로 절제한다. 말도 줄이고 책도 멀리하고 글 쓰는 일도 금지한다. 먹고 자는 일까지도 극소화시킨다. 오직 좌선 위주로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위도식이라 말할 수 없다. 마음이 끌고 가는 대로 몸이 요구하는 대로 하는 것이 모든 살아 있는 생물의 일상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는 그것 한 가지만으로도 큰일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망상, 사이사이 찾아들어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수마,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화두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쪹안거 : 동절기 3개월과 하절기 3개월 전국의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으로 출가수행자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한 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고 정진하는 것.

처삼촌 벌초하듯 물 먹은 닭 하늘 쳐다보듯 건성 건성 돌아보고 돌계단을 내려오는데 저녁 공양 범종소리에 놀라 남루한 마음 한 자락 움켜쥐고 나는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선암사 범종소리
선암사 저녁 공양 종소리에/ 가던 길 뚝, 멈추고/ 어떤 시인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통곡하라고 했다는데//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나는/ 땅거미 짙어가는 떡갈나무 숲길을/ 뚜벅 뚜벅 걸어서 내려왔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추억을 오래도록 남기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보일 듯 말듯 우리들에게 손짓만 하고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유명하다는 그 횟집을 별별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코 찾기 쉽지 않았다.
이리 저리 헤매다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고 그러나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데 차를 몰던 친구가 드디어 열이 바짝 올라 운전석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겨우 찾은 그 집에서 우리들은 그동안 쌓였던 추억보따리를 풀어놓고 왁자지껄하게 젊음을 아니, 저물어가는 노을을 부딪치며 얼큰한 마음들이 취할 만큼 취했다.

지평선횟집
앞길로 쭉 가다보면 아니고/ 뒷길로 돌아서 가다보면 또 아니고// 원 참, 이제 그만 갈란다/ 숨바꼭질 거듭하는 너를 두고/ 꿀 먹은 벙어리인 너를 두고// 이때 어디선가/ 깜박깜박 파란 신호를 보내며/ 다가오는 바람 한 점// 여기가 다 어디랑가/ 쪼게 기다려보소/ 수런거리던 은빛바람들// 파도향기 묻어나는 싱그러운/ 바다를 한 입에 털어 넣으며/ 우 하하 우 하하 // 지평선도 등달아 취해/  두 어깨를 출렁거리기만 하는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론 지루하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막상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 아쉬워지고 초조해진다. 그것을 우리는 인지상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친구들 간의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활기차고 방자한 자유를 수반하기 때문인지 애써 웃지 않아도 마음은 절로 웃고 다리는 쉬어가자 하지만 발걸음은 가뿐하다.
두 다리 성할 때 많은 곳을, 더 많이 그러나 우보牛步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배롱나무가 다시 오라 손짓하는 것 같다. 친구들이여! 여여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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