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백운휴먼시아2단지

 

길가에도, 옥상텃밭에도 싱그러운 오이·호박이 탐스럽게 열려 있고, 재활용품장 옆에서는 사랑스런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정겨운 아파트 단지. 광주광역시 백운1동 까치마을 휴먼시아2단지아파트(임차인대표협의회 회장 서상미, 관리사무소장 김정순)의 모습이다.
“우리 아파트는 240가구의 아주 작은 아파트입니다. 복지관 4층 옥상으로 올라와 문을 여는 순간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을 거예요”
이 아파트 김정순 관리사무소장과 함께 ‘나눔 냉장고’ 설치 위치를 둘러보고 돌아와 단지를 소개하는 아파트 임차인대표협의회 서상미 회장의 얼굴에 작은 행복이 스쳐간다. 

이 아파트는 입주 후 기존 지역주민들과 새로 이사 온 입주민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마을의 전통성을 되찾고자 임차인대표협의회가 결성됐다.
그리고 지난 2014년, 푸른광주21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단지 복지관 4층 옥상에 상자 텃밭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마을에 서서히 변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그저 쓸모없이 방치되던 회색 콘크리트 공간이 초록 식물들이 자라는 텃밭정원으로 재탄생했고 단지 이곳저곳이 정갈해지고 시설물에는 어린이들과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깃들어 갔다.  
사실 이 아파트는 240가구 약 1,000명의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국민임대주택으로 어린 자녀들이 있는 젊은 가구들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우, 홀몸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들이 많아 백운1동 관내에서도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우, 한 부모, 조모가정, 그 외 복지사각 가구가 가장 많은 단지여서 이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더 필요한 상태였다.

 

 

#단지 보물 제1호 텃밭 ‘변화의 시작’

옥상 텃밭을 조성한 후 단지 내 어린이들과 입주민들, 할머니·할아버지들까지 오순도순 도와가며 정성들여 가꿔가고, 임차인대표협의회 서상미 회장이 재활용품장 옆에 토끼장을 만들어 입주민들이 배출한 채소류 찌꺼기로 토끼를 기르기 시작했다.
토끼에게 무 잎, 배추 잎 등을 먹이로 줘 음식물쓰레기 양을 줄이고 토끼가 내놓은 오물을 퇴비로 숙성시켜 다시 옥상 텃밭에 거름으로 사용하는 등 생태순환과 유기적으로 운영했다.
요즘 지구촌의 화두인 저탄소녹색아파트 실천을 위한 에너지절약과 함께 ‘이웃 소통의 시간과 공간’은 덤이었다.   
이들은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단순한 농사로서의 순기능적 측면 말고도 매일 식물을 돌보러 나오는 입주민들 간에 자주 얼굴을 마주하게 되면서 정감이 넘치는 이웃이 되고 한층 더 끈끈한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 활용해 텃밭 가꾸기 ‘빗물 저수통’

또 옥상 텃밭 옆에는 ‘빗물 저수통’을 설치해 그 물과 퇴비만을 사용해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20층 규모의 아파트에서 흘러내린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비 내리는 날 2톤짜리 대형 저수통에 받아 모았다가 그 물을 이용해 옥상 텃밭농사를 짓고 있는 것인데 시설 곳곳에 알뜰함과 번뜩이는 창의성이 깃들어 있다. 
올해부터는 인근 5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들과 결연 협약을 맺어 활용되고 있는데 인근 백운초교 전교생들이 도시형 자연생태 옥상 텃밭과 토끼장 체험학습장으로 주중 3회씩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다녀간 학생들만도 400여 명이나 되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시의 공모사업에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무인 나눔 냉장고’와 공중전화박스를 활용한 ‘흡연부스’ 설치사업 아이디어가 채택돼 진행 중에 있다.

#공모사업으로 선정·추진 중    ‘나눔 냉장고&흡연부스 설치’
 
‘무인 나눔 냉장고’는 채소 등 식품재료의 잉여분을 버리지 않고 단지 공용부분에 설치된 공동 나눔 냉장고에 보관해 필요한 가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사각지대 저소득층 가구들에게 ‘행복한 밥상’을 위한 식자재 재료로 반찬을 만들어 주중 2회 제공하는데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사)주거복지연대에서 선정한 ‘행복한 밥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냉장고 전기공급을 위해 태양광도 함께 설치할 예정인데 음식물쓰레기도 줄이고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기발한 착안이어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흡연부스’는 미사용으로 철거 예정인 공중전화박스를 활용한 것인데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일부 입주민들을 배려해 건물 내에서 흡연을 하지 않고 노출되지 않은 공간 부스 안에서 흡연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부스 천장에는 환풍기를 설치하고 불투명한 선팅지로 마감해 깔끔하고 위생에도 지장이 없도록 할 예정인데 층간 흡연으로 인한 분쟁을 줄이고 점차적으로 금연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따뜻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서상미 회장은 “살기 좋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데 김정순 관리소장을 비롯해 많은 입주민들의 협조와 함께 특히 광주 남구의회 김점기 의원, 박용화 의원과 입주민 김효심 씨가알뜰살뜰 도와주고 있어 감사하다”며 마음을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