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두려운 ‘백세시대’가 눈 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무섭다. 이제 얼마 후면 50세 전후의 나이가 한국의 중위연령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1인 가구가 사회의 대세로 자리 잡았으니 출산율 급감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고, 수명은 더욱 늘어나 40~50대에게 ‘젊은이’라 부를 날이 머지않았다.
20여년 후면 경제활동인구 1.5명이 노인과 어린이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 3명이 1명을 부양하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의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행복한 ‘장수만세’의 시대가 아니라 암흑의 ‘장수터널’로 들어서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문가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건 사회기반시설과 국민대다수의 주거시설인 아파트가 함께 늙어간다는 사실이다. <관련기사 1면>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20여년 후인 2040년쯤이면 서울엔 30년 넘은 주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현재 아파트의 89%(146만호)가 재건축 대상이 된다. 한 연구원은 “많은 주택이 한꺼번에 낡아 슬럼화가 우려된다”며 “주택정책 방향을 질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상하수도를 비롯한 도로·교량·지하철·학교 등 인프라 노후화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90년을 전후해 본격 조성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의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곧 서른 살의 나이를 먹게 된다. 노후단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건축전문가들에 의하면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 건물 자체는 특별한 이상이 없을 경우 50여 년까지 버틸 수도 있지만 건물 내벽에 들어가 있는 예전의 값싼 재료로 된 각종 배관·시설들이 노후화로 수명을 다해 오래 가지 않아 각종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혈관을 비롯한 내부 장기들이 문제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게 문제가 될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1기 신도시에만 30여만 가구, 전국적으로도 머지않아 300만 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의무관리단지’들은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해 관리를 잘 받아 당장의 문제가 되진 않지만 법에서 배제된 작은 단지들은 문제가 심각하다. 육안으로 봐도 건물의 노후도가 심할 뿐만 아니라 전기시설, 소방시설, 보안시설 등이 형편없이 방치된 걸 볼 수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평소에 관리해주면 오래 쓸 수 있는 시설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고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법’이 제정돼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작은 아파트 단지들의 정비사업 기반이 마련되긴 했지만 입주민들이 워낙 영세한데다 건설사들도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해 작은 아파트단지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동주택 관리제도 전반을 시급히 손봐야 하는 이유다.
서울대 이복남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외부 테러가 아닌 노후화한 도시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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