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명색이 대기업 부사장인데 일등석에 앉아 주문한 땅콩을 봉지째 줬다는 이유로 그 사무장을 근무하지 말라며 이륙해 가고 있는 비행기를 되돌려 그를 내려놓고 다시 이륙한 사건은 국제적 망신일 뿐더러 웃지도 못할 일이지만 관리사무소장의 한 사람으로서 사무장의 입장이 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을’의 지위에 있는 사무장은 비행기에서 쫓겨난 후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마도 앞날이 까마득했을 것이다. 먹여 살릴 가족들을 생각하며 해고당한 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깊은 시름에 빠졌음이 분명하다.
관리사무소장이란 ‘을’의 지위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한 번이라도 ‘갑’의 횡포에 의해 황당한 경험을 겪어보지 않은 관리사무소장이 있다면 참 복 받은 사람이거나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왕처럼 누리려고만 하는 ‘갑’들은 약점 투성이인 ‘을’을 우습게 보며 도가 지나친 서비스(?)도 요구하는 경우가 있고, 자신의 잘못으로 궁지에 몰리면 그 책임을 ‘을’에게 덮어씌워 ‘을’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아닌 특별한 잘못도 없고 다만 열심히 일하고 있을 뿐인데 갑이 ‘을’을 교체하는 것은 갑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경우다.
이런 ‘갑’은 분명하게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럴 듯한 퇴출명분을 제조해내는데 이를 입주민들은 알 리가 없다.
이런 억울한 상황을 당하는 ‘을’의 입장에서 항변도 하고, 갑의 횡포에 대적해 싸우고도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힘을 기르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순순히 물러서는 것이 필자가 나름 터득한 비법 아닌 비법이다.
분명 필자와는 정반대 또는 아주 다른 주관을 가진 관리사무소장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분신자살한 경비원의 사례를 보자.
경비원들의 신분 상승을 위한 살신성인의 행위가 됐을지는 모르지만 가까운 현실로 접근할 때는 그의 행위의 결과는 함께 근무하던 경비원들이 모두 쫓겨나게 만든 것이다.
‘갑’ 앞에서 ‘을’은 불쌍할 수밖에 없다.
‘갑’ 앞에서 ‘을’이 당당해지려면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힘 있는 ‘을’에게 ‘갑’은 함부로 못한다.
어떻게 힘을 기를 것인가? 이것이 우리 관리사무소장들 각자가 준비해야 할 숙제다.
비행기에서 쫓겨난 사무장처럼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힘을 길러야 한다.
힘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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