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노부부가 리어카에 고철덩이를 실었다
가뿐어깨로 숨을 쉬며 리어카를 끌지만
제대로 구르지 않는 바퀴
마치 생을 뒷걸음이라도 치고 싶은 듯
몸을 돌려 걸어온 길 돌아본다
한쪽 몸을 리어카에 의지한 할머니
개나리처럼 웃어 보이는데
리어카에 실려 있는 고철보다 무거워 보인다
할아버지 손을 들어 잠깐 멈추더니
부지런히 달려가 박스, 빈병 몇 개 주워와
리어카 위에 얹혀 놓은 뒤
흐르는 할머니 땀을 닦아준다
촛불처럼 떠는 할머니의 어깨를 끌고
낙서투성이의 좁고 막다른 골목으로 접어든다
목을 길게 뺀 화단의 목련이
스무살의 섬섬옥수로 손을 흔들고
동백의 붉은 입술이 환하게 웃는다
사는 일이 잠시 고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